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특별기고/공장, 멈추지 않는 인천의 심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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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6.15)
공장, 멈추지 않는 인천의 심장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
토요일 오후 잠시 틈을 내어 가족과 함께 인천문화재단에서 준비해 개관한 한국근대문학관을 찾았다. 마침 근무하고 있던 이현식 관장의 안내를 받는 행운까지 겹쳤다. 이 관장과는 제2대 인천문화재단 심갑섭 대표이사 재임 시 필자가 이사로 위촉받아 활동하며 인연을 쌓게 됐다.
심 전 대표는 재단 내 이사 선임은 당연직 외에 소수만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후보자 중에 한 명을 기업가로 택하는 용단을 내렸으며, 그때 기업가로는 처음으로 재단의 이사를 맡는 영광을 안게 됐는데 당시 그는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4개 동으로 이뤄진 문학관 내에는 한국 근대문학자료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수많은 관련 도서, 원고, 유품 등을 전시했는데 특히 쉽고 재미있게 관람하며 역사까지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로 특화돼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학관을 나서는데 이 관장이 인사를 하며 몇 권의 책을 줘 받아 와 무심코 책상 한 구석에 놓아 뒀다.
그런데 수일 전 그 책들 중 제목 하나가 눈에 유난히 띄었다. 정윤수 작가의 부제(副題) ‘공장, 멈추지 않는 인천의 심장’이라고 된 앞면에 “노동의 기억, 도시의 추억-공장”이었다.
자세히 보니 문화재단에서 인천의 문화지도 완성을 목표로 시민친화형 총서(叢書)를 기획해 연차(連次)적으로 발간하고 있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문화의 창’과 ‘문화의 길’로 구분해 단행본으로 발간해 오고 있는 바, 여기에선 문화의 길만 소개하려 한다.
제1호 「바다의 황금시대-파시(波市)」부터 「화교문화를 읽는 눈-짜장면」, 「질주하는 역사-철도」, 「시공간을 출렁이는 목소리-노래」, 「도시와 예술의 풍속화-다방」, 「공장」, 「삶의 여백 혹은 심장-야구」, 「은막에 새겨진 삶-영화」, 「세월을 이기는 힘-오래된 가게」, 「흔들리는 생명의 땅-섬」 등이 꾸준히 발간됐고 이달에도 제11호인 「끈질긴 삶터-달동네」가 막 배부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화의 길’ 총서는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정 작가는 이 「공장」이라는 저서에서 역동적인 세계사로부터 인천항을 거쳐 변화되는 공장들의 모습을, 증인들과 각종 자료 그리고 기억을 통해 해박하게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각별히 지역별로 깊은 관심을 갖고 즉 부평·주안산단, 남동인더스파크의 특성 분석에 이어 송도국제도시, 청라지역의 현재까지 망라하며 질곡(桎梏)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더듬어 찾아낸 땀의 결과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또한 사라져 버린 공장들, 예컨대 양조장이라던가 성냥공장의 흥망성쇠에 따른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젊은 세대가 이러한 시련의 역사를 마음속에 새기며 인천의 건강한 미래를 이끌어 나가길 소망하며 글을 맺고 있다.
다만 필자의 업무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이 목재산업에 대한 연구-고찰 면에서 다소 미흡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한때는 합판 등의 목제품이 수출금액 1위를 차지할 만큼 국내 경제성장을 선도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국내 목재산업의 60% 이상을 인천에서 생산하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철강, 자동차, 화학, 식품, 방직공장 등의 역할도 지대했으나 원목 분야, 제재소, 악기, 가구 등을 비롯한 합판보드류의 생산 규모를 빼고 인천의 공장 논을 어찌 거론할 수 있겠는가. 악기 경우만 해도 삼익악기와 영창악기는 회사별 5천 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당시 금액으로 1억 달러 수출을 각 사가 달성하며 세계의 범용 악기시장에서 독보적인 일본의 야마하 및 카와이 악기회사의 경영까지 압박할 정도로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또한 야구단을 운영했던 삼미사의 추억과 대성목재, 동화기업, 선창산업, 이건산업 등과 여러 가구 회사들은 지금도 여전히 인천 경제의 주요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정 작가 말대로 추후 보완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최근 유정복 시장께서 남동인더스파크의 업체를 방문하는 계획에 당사가 포함되는 영광을 갖게 됐다. 본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테이블 옆에 이 총서를 쌓아 놓고 “유네스코 선정 ‘세계 책의 수도 인천’으로 선정됐다.
따라서 이 기회에 기업들과 지역의 인사들이 많은 독서와 합창 등 문화예술을 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한 바 있었다.
사실 인천시가 3회 도전으로 6개국 7개 도시와 치열한 접전 끝에 유치를 했고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추진위원회 구성, 공청회 개최, TF 회의, 해외도서전 조직위와 업무협약 체결, 전국 도서관 홍보, 홍보관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천시민 다수가 독서를 실천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에 앞서 인천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만 ‘모두를 위한 책, 책으로 하나되는 세상’이란 인천시의 주제가 진정으로 빛을 발하지 않을까.
2015년 06월 15일 (월)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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