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서울 폭격(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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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6.17)
[조우성의 미추홀] 서울 폭격
<1333>
일본의 신간 서점은 거의 비슷한 서가(書架)를 마련하고 있다. 서점 대부분에 '철도 코너'가 있다. 후쿠오카 시의 번화가인 하카타(博多) 역 옆 고속버스센터에 자리 잡고 있는 키노쿠니야 서점에도 철도 관련 각종 단행본, 월간지, 자료집, 비디오, 모형 등이 잔뜩 쌓여 있다.
▶그 광적인 집착의 절정은 '군사물(軍事物)'이다. 전함 야마토 이야기, 도고헤이하지로(東鄕平八郞) 관련 도서, 삼립함(三笠艦), 제로센(零戰) 전투기, 가미가제 연관 도서, 전차,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병기도감, 청일ㆍ러일전쟁 관련서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무엇이 일본인들을 철도와 무기의 광(狂)으로 만들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 철도는 식민지 조선과 만주 대륙을 짓밟으며 힘차게 달리게 했던 군국 일본의 상징이었고, 무기류는 '천황 폐하'가 내세운 '대동아 공영권'을 달성하기 위한 신성한 도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역사는 일본에게 1945년 9월 2일 동경만에 정박 중인 미조리 함 선상에서 3년 9개월간 벌였던 참혹한 전쟁의 종지부를 찍게 했다. 그들은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갖지 않겠다고 헌법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6·25전쟁 여파로 맥아더사령부로부터 '경찰예비대'의 설치를 허가받았다.
▶그것이 '보안대', '해상경비대', '보안청경비대' 등을 거쳐 오늘날의 '자위대(自衛隊)'가 됐다. 육상·해상·항공 자위대의 조직은 4:3:3비율로 열도 전역에 포진해 있고, 총 병력은 약 24만명, 연간 예산이 우리 돈 약 47조 원에 달하는 가공할 군사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일본 오사카의 우익이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현재 일·한은 전쟁 중이다, 자위대가 서울을 공중 폭격해도 이상하지 않으며, 선전포고도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독도가 저희 땅이라며 한 말이다. 마침내 '야스쿠니 바이러스'가 방약무인한 헛소리까지 내뱉게 한 것이다. 일본의 병세가 중증임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아베'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6월 17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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