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월요프리즘]/靑山兮要我(청산혜요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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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5.18)
靑山兮要我(청산혜요아)
/이기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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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요즘 법조계의 화두는 홍준표와 이완구다. 그들이 망 성완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느냐 아니냐를 놓고서 검찰과 홍준표, 이완구 측과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논쟁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은 돌고 돈다는 사실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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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그는 5공 시절 알려지지 않았던 검사였다. 그는 당시 황태자였던 박철언 의원을 구속했다. 그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비슷했다. 홍준표 당시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결국 진술을 가지고서 유무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문제는 돈을 주었다는 정덕진 동생인 정덕일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당시 정덕일의 진술은 검찰 측 증인이었고, 검찰은 그를 통제하였었다. 물론 정덕일 진술도 조작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덕일이 돈을 주는 것을 자신의 집에서 1초 동안 보았다는 홍성애 라는 여자의 진술이 증거로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홍 검사는 홍성애의 진술을 법정에서의 증언이 아니라,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절차, 다시 말해서 증거보전절차를 통해서 확보를 해두었고, 그 후 홍성애를 빼돌렸다. 그녀는 해외로 떠났고, 법정에서 그녀의 증언을 들을 수 없었다.
홍 검사는 당시 형사소송법 제221의 2조 제2항을 악용했다. 즉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전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할 염려가 있고 그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하여 판사에게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십분 이용하여 공판기일 전에 홍성애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를 확보한 후에 그녀를 해외로 빼돌린 것이었다.
이것이 홍준표가 당시 검사로서 한 행동이었다. 그 후 위 형사소송법은 악법으로 헌재의 위헌결정이 났었고, 동 조항은 개정되어 삭제(2007년 6월 1일)되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 형사소송법이 폐지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홍 지사는 이 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성완종 리스트가 처음 공개되자 “내 이름이 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분이 악의나 허위로 썼다고는 보지 않는다.”, “망자(亡者)의 증언은 반대 신문권을 행사할 기회가 없다”, “성 전 회장의 메모나 녹취록은 ‘특신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닌 만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거짓이 아무리 모여 봐야 참이 되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내가 (바둑의) 팻감(희생양을 뜻하는)으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심지어 ‘부인 비자금’이라는 말도 그의 입에서 나왔고, 국회 운영위원장의 ‘대책비(판공비)’가 4천여만 원에 달한다는 것도 그의 입을 통해 처음 접한 국민이 많았다. 여당의 경선자금에 대한 부분도 언급하는 듯하면서 여권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물증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종전의 형사소송법 조항이 폐지되어 공판 기일 전에 증인신문을 미리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쏟아내는 방어방법들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홍 지사가 당시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완구의 항변도 홍준표 못지않다.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취지로 국민적으로 말의 성찬을 늘어놓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면서 필요하면 돈을 받아놓고, 이를 포장하는 기술들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들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나옹선사의 靑山兮要我 (청산혜요아)라는 글이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짧은 인생을 살면서 권력을 추구하는 모양도 있을 수 있지만 어느 경우이든지, 모순, 거짓, 불의, 부조리, 부정, 탐욕 등의 사회현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산이나 창공처럼 티 없이 살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는 나옹의 지혜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구덩이(부산 가덕도)보다 맨땅(경남 밀양)이 낫다고 할 것이 아니라, 물구덩이든 맨땅이든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2015년 05월 1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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