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금창동 고서점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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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4. 6)
조우성의 미추홀-금창동 고서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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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센 디지털 바람에 아날로그 서점이 쓰러져 가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출판 대국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구 가릴 것 없이 서점이 점점 줄고 있다. 세계적인 고서점가로 널리 알려진 도쿄 '간다(神田)'의 점포도 120여 개에 불과해졌다. 지방은 더 말할 게 없다. 각지에서 벌였던 세칭 '고서 즉매전(卽賣展)'도 예전보다 시들해졌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주문하는 것이 여러모로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 1500명이 사는 영국 웨일즈의 '헤이 온 와이' 같은 신화가 있긴 하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다.
▶최근 일본서 유행하는 '한 상자 헌책 시장'은 그래서 나온 자구책의 하나다. '책과 마을을 연결하는 이 이벤트'는 개인이 소장했던 헌책을 거리에 나와 한 상자씩 판매하는 것인데, 지역 상점가의 부흥 전략과 맞물리면서 인기를 얻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대형서점들은 출판 불황 속에서 역으로 공격적 전략을 들고 나와 또다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사카 시의 중심가 우메다(梅田) 지구는 유동 인구가 하루 250만명인 번화가인데, 그곳에 소장서가 200만권에 달하는 3개 서점이 승부수를 던지며 개업을 단행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인천의 신구 서점문화는 전체적으로 황폐 직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문방구를 겸한 학교 앞 간이서점까지 합친 신간 서점이 120여개소에 불과하고, 고서점은 동구 금창동의 6개소밖에 안 된다. 이는 인구 비례로 봐도 광역시 중 최하위에 속하는 부끄러운 수치이다.
▶그런 가운데 대표적인 고서점인 '아벨서점' 등의 분투는 눈여겨볼 만하다. 대형서점에 비해 디지털 인프라 부족, 주차 곤란, 소장 도서의 상대적 열세 등을 감수하고 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자체 공간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열어 온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수도' 행사를 개최하는 해이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동구 금창동의 '고서점가 살리기'도 들어 있다. 절대적인 점포 숫자는 적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금창동'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
/인천시립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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