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규슈대학(九州大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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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4.10)
조우성의 미추홀-규슈대학(九州大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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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시 동구에 있는 규슈대학엘 가 본 일이 있다. 학교 앞의 이름난 고서점을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문을 닫은 지 한 달여가 됐다고 한다. 낙심한 채 기왕에 왔으니 규슈대학이라도 구경하고 가자며 무작정 교정에 들어섰다. 캠퍼스 건물들은 오래된 잿빛이었다.
▶마침 휴일이어서 오가는 학생들도 별로 보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다가 하코자키에 있는 하타나카 마사미 씨네 고서점엘 들러 사진엽서 몇 장을 샀다.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천 자료를 사다가 알게 된 동갑내기 일본인인데 반겨 맞으며 커피를 내놓았다.
▶귀국해 큐슈대 역사를 대충 찾아보니, 1867년 당시 후쿠오카를 통치하고 있던 쿠로다 번에서 설립한 서양의학 교육기관 찬생관에서부터 출범한 대학이었다. 1874년에 부속병원인 수유관(修猷館)을 설치한 의학부는 오늘날 이 대학을 대표하는 교육장으로 발전했다.
▶그런 전통을 지닌 규슈대가 지난 4일 1945년 군부의 강압에 의해 미군 포로들을 생체 실험했던 만행을 반성하는 의학역사관을 개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학 총동창회와 의학부 교수들이 의학부 110여년의 성취와 함께 치명적인 과오도 공개하자고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광기가 극에 달했던 때였다고는 하지만 의학부 교수들은 격추돼 사로잡힌 폭격기 승무원 8명을 실습실에서 해부했다. 희석한 바닷물을 혈관에 주입하거나 폐를 절제하는 등 731부대 못지않는 잔인한 실험을 자행해 포로들을 살해했던 것이다.
▶규슈대는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거론 자체를 금기시하면서 공개적 설명을 피해오다가 이번에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 '731'이란 숫자가 그려진 군용기에 올라타 웃음 짓던 아베 총리의 미의회 연설을 앞두고 자신들의 과오를 전격 공표해 '군국 무드'에 빠진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규슈대학에서의 생체실험을 다룬 소설 '바다와 독약'(한길사·세계문학전집)을 쓴 엔도 슈샤쿠보다는 뒤졌지만, 규슈대 의학부 교수들이 아베 류(類)에 부화하지 않고 지성의 길을 택한 것을 환영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거짓 역사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 사학계는 '할복(割腹)' 감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4월 1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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