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시계(時計)(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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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4.14)
조우성의 미추홀-시계(時計)
<1310>
최근 전국지 신문의 지면은 명품 시계들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는 듯 기사인지 광고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글과 사진이 등장한다. 어떤 날의 별지는 아예 '시계'로만 꾸며 '특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독자들은 그것이 장삿속에 의한 지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신문들은 독자를 위한 시계 정보 서비스라고 하겠지만, 과연 그렇게 값비싼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이들이 국민 중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묘한 것은 온갖 미사여구에 곁들여 천연색 사진까지 실어주고 있지만 하나같이 가격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톱니바퀴, 태엽, 무브먼트 등 자잘한 금속 내장을 모두 드러낸 나체 시계가 있는가 하면, 작은 다이아몬드를 치렁치렁 몸에 두른 여성 같은 천박형 시계도 있고, 온도, 습도, 기압에 달 모양까지 나타내는 기상형과 까만 판에 흰 야광 초침과 분침이 쉼 없이 돌아가는 강박형도 있다.
▶"영국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위대한 예술과 스위스 시계 제조 전통의 자랑스러운 조화", "전 세계 왕족을 비롯해 가수 엘턴 존, 패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화가 앤디 워홀 등 다양한 분야의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 어쩌구저쩌구.
▶모 신문은 한 술 더 떠 '2억 원짜리 시계 파텍 필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8일 낮 서울 소공동 00백화점 본점 애비뉴엘에서 직원이 개당 가격 2억원대인 스위스 명품 시계를 소개하고 있다"며 영국 여왕, 음악가 차이콥스키, 바그너가 애용한 브랜드라고 했다.
▶그 시계를 차면 당장에라도 사회적 신분이 상승된다는 듯 암시하고 있는 발상도 유치하지만, 별지의 대부분을 독자에 유익한 생활정보에 할애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선전성 상품 소개로 일관하고 있는 일부 신문들의 상투적 독자 서비스에 식상한 지도 오래다.
▶"핏줄이 튀어나온 팔뚝에 그런 녀석들(롤렉스·오메가)이 자리 잡은 모습이 진짜 남자다운 모습"(이현 지음 '신사용품' 미디어 윌)이라고 여기는 시계 마니아들도 있지만, 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살 수 없는 시계는 허영의 다른 이름이다. 금장 시계를 찼다고 황금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 터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4월 1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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