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인하대 병원역(驛)(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5. 4.16)
조우성의 미추홀-인하대 병원역(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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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1절은 이렇게 시작된다./2절에서는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로 이어진다. 이따금 라디오를 통해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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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월 10일, 눈발이 흩날리던 저녁. 졸업식을 앞둔 채 경인선 통학생 동기생들이 수인선 남부역(南部驛) 앞마당에 모여들었다. 입영 열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몇몇 친구들은 굳은 각오의 표현으로써 미리 머리를 빡빡 깎고 나타나 어색한 웃음을 짓게 하기도 했다.
▶기차는 눈발을 뚫고 밤새 달려 우리를 논산훈련소에 내려놓았다. 그날 이후 3년간의 파란만장(?)한 군 생활이 전개되었다. 대한민국 젊은 남자들의 통과의례였던 그날들의 추억이라니! 지금 돌이켜 보면 좀더 당당하고 의연하게 하루하루를 소화하지 못했던 게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그 출발점이었던 곳을 종종 지날 때마다 옛 추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하지만 그곳을 왜 '남부역'이라고 했는지는 내내 의문이었다. 으레 있어야 할 역사(驛舍)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역 광장 대신 풀들이 아무렇게나 웃자란 공터만이 철길 앞에 있었다.
▶지난 3월 24일, 인천시 남구청이 지명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코레일이 수인선 개통을 앞두고 이곳에 개통할 역명을 가칭 '남부역'이라고 한 것을 지명위원회가 지역정보의 공유가 우선이라는 뜻에서 '인하대 병원역'으로 재정해 최종 심의기구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역명심의위원회로 넘겼다고 한다.
▶'남부역'이나 그에 동명을 곁들인 '숭의남부역'은 없어진 옛 역의 위치를 쫓거나 광범위해 현실감이 없다. 대단위 인구 유입시설이자 생활필수 시설인 '병원'을 적시하는 것이 실용적이라고 본 판단이었다. 코레일은 지역사회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4월 1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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