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책(冊)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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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4.20)
[조우성의 미추홀] 책(冊)
한자 '책(冊)' 자는 '책(?)'과 같은 글자다. 대나무를 얇게 쪼개 글씨를 쓴 다음 끈으로 묶어 글을 보관한 데서 비롯된 상형자이다. 종이가 발명된 후, 우리 선조들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이용해 간행한 '직지심체요절'도 제책의 기본은 옛 대나무 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전보다 품은 많이 들었다. 책의 얼굴이라 할 표지는 저지를 몇 겹으로 붙여 두껍게 만들었다. 그에 황색물을 들인 다음 능화판으로 눌러 요철 문양의 멋을 부렸다. 책 자체에는 '오침안법(五針眼法)'을 구사했다. 서배 부분에 구멍 다섯 개를 뚫어 비단을 꼬아 만든 홍색실로 꿰맸다.
▶중국이나 일본 책은 능화가 없고, 4침, 6침, 8침 등 홀수로 꿰매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와 서양의 영향을 받으면서 제본법은 거의 구별이 없었다. 전 페이지를 실로 꿰매거나 가는 철사로 단단히 엮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그와 함께 등장한 것이 책의 내용을 암시·상징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지화였다. 김환기, 이중섭, 김기창, 박고석 같은 이들이 초기의 표지 화가로 활동했다. 일본 서적을 답습한 판권란(板權欄)도 있다. 일정한 양식은 없었으나 발행일, 저자, 출판사 등을 두루 밝혀 적었다.
▶특이한 것은 거기에 붙인 인지(印紙)였다. 과거 서양에서 유행했던 장서표(藏書票)는 소유자를 나타내지만, 판권 인지는 저자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도안 위에 저자가 직접 도장을 찍어 인세를 계산하는 데 썼다. 을유문화사 발행 한글학회 '큰 사전'의 대형 인지가 대표적이다.
▶책의 아름다운을 구성하는 또다른 요소로는 띠지, 싸바리, 도판 보호용 세로판 간지, 각종 색깔의 가름끈, 케이스 등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서점들은 그에 오점을 찍듯 책등 위쪽 앞면에 '일부인(日附印)'이란 스탬프를 함부로 찍어댄다. 반품과 교환을 위한 표시라고 한다.
▶그 퍼런 낙인들을 볼 때마다 책을 단순 상품으로만 취급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의 개막을 앞두고, 새삼 책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인식부족을 생각하게 된다. 대회를 통해 생의 반려인 책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4월 2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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