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행복한 주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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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4.30)
[조우성의 미추홀] 행복한 주말
지난 주말, 싱그러운 봄날의 향기를 따라 세 곳을 찾았다. 남구 주안동 인천고등학교 교정. 100주년 기념관 옆 체육관에는 '선광문화재단 제13기 장학증서 수여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높이 걸려 있었다. 잔치 분위기가 역력했다.
▶체육관 안 원탁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득 좌정하였고, 지역사회 언론인, 재단 임원들도 격려차 자리를 함께 했다. 심정구 재단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조촐한 수여식이 있었다. 350명의 학생이 총 6억 원의 학비를 받았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재단은 2003년부터 인천과 파주 광탄 지역 대학생·초중고생들에게 모두 54억2000여 만 원의 장학금을 주었고, 문화 사업비로도 9억5000여 만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식후 뷔페로 점심을 한 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청년기부터 교분을 가져온 서예가 청람 전도진 씨의 '두 번째 작품전'에 참례하기 위해서였다. 고희가 목전인데, 두 번째 의 작품전을 연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은 겸양이다.
▶동정 박세림 선생 이후 모신 또 한 분의 스승인 전각인(篆刻人) 고석봉 선생이 "속되면 안디여, 사람이구 글씨구 말이여"라고 한 엄한 가르침을 평생 실천해 온 서격(書格)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글씨에 이어 정진해 온 전각 작품들도 눈길을 모았다. 그 깔끔한 성품과 예술적 함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만한 안복(眼福)이 또 있으랴 싶었다.
▶시간이 어지간히 흘렀지만 놓칠 수 없는 전시회가 있었다. 사진작가 김보섭 형의 '연평도의 바위' 전이다. 중구 신포동 선광미술관 전시장을 가득 메운 대형 작품들이 원시적 생명감으로 압도해 온다. 작가의 탐구력과 예술에의 열정이 흠씬 풍겨졌다.
▶앞날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토구했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인물-청관-산업유산에서 주제가 자연스레 자연으로 귀화한 작가의 성숙도를 느끼게 했다.
▶귀갓길에 올랐다. 오늘처럼 호사를 누린 날이 얼마 만인가 싶었다. 운전을 하며 상념에 젖는다. 시간은 간다. 무섭게 간다. 이 막막하고 허전한 세월 속에서 사람 사는 향기를 느끼게 해 준 세 분에게 감사를 드렸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4월 3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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