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중구(中區)의 망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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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3.13)
조우성의 미추홀-중구(中區)의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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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중구청이 월미관광특구 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필자는 그때 위원으로 참여해 어느 날 인천역-월미도 간에 전차(電車)를 운행하자고 제안했었다. 논의 끝에 구청이 그를 구안(區案)으로 확정해 시에 올렸는데, 수개 월 후 '전차'가 '모노레일'로 변경되고 말았다.
▶시시콜콜한 변경 과정이야 모르지만, 누군가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월미 은하 레일'이 1000억원짜리 시민의 애물단지가 된 전말은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그 이후 자문위원회도 흐지부지되고, 상식을 벗어난 아마추어 관광사업이 개항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중구청 청사 앞에 세운 '마네키 네코'라는 기묘한 일본 고양이 상이다. 고양이가 앞발을 들고 있는데, 오른발을 든 것은 '재물', 왼발을 든 것은 '손님'을 부른다는 부적 같은 왜색 민속물이다. 그걸 중구청이 청사 코앞에 왜 세웠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 가관인 것은 그 앞에다 동(銅)으로 만든 인력거 모형을 설치한 것이다. 일본인들이 자국의 발명품이라고 내외에 으스대지만, 이는 남의 힘을 지배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제국의 수탈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조물인 것이다.
▶이 땅에 와서 35년간이나 길길이 날치던 일본인들이나 그에 부화하며 거들먹대던 조선인 부류 혹은 용동권번에서 출장을 나갔던 밤문화 주역들이 탔을 법한 인력거를 무슨 대단한 역사 유물인 양 청사 앞에 세워놓은 역사적ㆍ문화적 인식 수준은 한심하다고 할밖에 없다.
▶도대체 그 같은 발상은 누가 하는 것이며, 중구청 주변에는 올바른 자문역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갈수록 태산인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설치한 장식물들이다. 좁은 도로 한복판에 큰돈 들여세운 '트리 탑' 등은 크리스마스를 모욕한 졸작이었다.
▶'대불호텔'을 '재현'하려는 '잔꾀'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급기야 이런 무모한 치장 사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필자가 철거하라고 주장했던 '고양이'와 '인력거' 등을 거론하면서 최근 모 전국지가 "무지를 넘어선 무모함이 슬픔으로 다가온다"고 일갈한 것이다. 낯이 뜨겁다.
/주필
2015년 03월 1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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