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소나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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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4. 8)
조우성의 미추홀-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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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38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주조불(鑄造佛)이다. 그와 방불한 일본 국보 제1호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일본의 전통 불상 제작 기법대로 목, 몸통, 팔 등을 따로 만들어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큰 나무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우리식 불상이다.
▶백제에서 만들어 일본에 전해 주었다는 방증이다. 국내 금동불은 일본에 가 있는 목조불에 비해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데도 그 모습이 똑같아 독일 철학자 하이데커가 말한 그대로 "모든 속박을 벗어난 인간의 가장 청정하고 원만한 영원의 모습"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재질이 일본에는 없는 '적송(赤松)'이라는 점은 그것이 도왜불(渡倭佛)이라는 확증을 갖게 한다. 웬만한 경승지의 이름 중 상당수가 '송도(松島)'이듯이 일본에는 소나무가 흔하지만, 붉은 줄기와 푸른 잎을 지닌 늘푸른소나무 적송은 없었다.
▶우리 소나무는 척척 휘늘어진 채 푸르러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인간적 고뇌에 싸여 있던 성삼문이 굽힐 수 없는 드높은 지조를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으로 비유한 시조 '이 몸이 죽어가서'는 고래로 소나무가 건강한 지식인의 표상이었음을 말해 준다.
▶온갖 모진 환경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며 제 몸을 서로 지켜 삼천리 강산을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었고, 또 천하의 불상으로 환생했던 것이 소나무인데, 인간들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하고, 근자에는 목숨까지 걱정해야 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소나무 본연의 성품을 저버리며 세상의 뜬 구름 같은 사익에 빠져 광화문 편액 하나 제대로 못 달더니, 급기야는 전국의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는 비보가 연일 전해지고 있다. 그게 다 우리의 불찰이어서 소나무와 천년 불상을 후손에 물려 준 선조들을 뵐 면목이 없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발병한 재선충병으로 소나무 860만 그루가 이미 말라죽었다고 한다. 2079년쯤이면 국내 소나무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정하자는 제안은 일단 환영할 일이지만, 최우선은 목숨 살리기이다. 그끄저께가 제70회 식목일이었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4월 0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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