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개항장과 중국/인천에 차이나타운이 있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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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3.24)
나채훈의 개항장과 중국
인천에 차이나타운이 있다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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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 세계 1위’, ‘서울 명동에 화장품 점포가 3년 새 4배 이상 급증’, ‘제주도에서 주요 상가를 쇼핑하듯 구매하는 실정’, ‘한국을 찾아온 가장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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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거의 없는 퀴즈 하나. 이런 일이 생겨난 이유에 공통적으로 관련된 외국인은? 그렇습니다. 바로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많이 찾아오며 생긴 일입니다.
사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의 경제성장에는 중국의 역할이 상당했습니다. 벌써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의 최대 수출국 자리에는 중국이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인천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최다 관광객은 중국에서 오고 있지요. 그들이 최대한 인천에 머물면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마케팅이 관계 기관이나 업체의 숙제가 된 지 오랩니다.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탐방하는 시간대별 관광상품도 내놓고, 한류관광콘서트나 중국문화축제 같은 그들이 좋아할 각종 행사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 중국 관광객이 선호하는 별도의 추천 코스를 개발한다거나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고품격 관광계획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렇듯 든든한 이웃이 하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라 하겠지요. 일본처럼 늘 옆집에 불편을 끼치는 고약한 이웃에 비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행(幸)과 불행은 손바닥 뒤집기나 다름없습니다. ‘중국 덕분’이 언제 ‘중국 탓으로’ 바뀌어 탄식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지요. 그게 세상 이치입니다.
요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참여 문제를 놓고 한중 관계가 좀 시끄럽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경제적 실익도 계산해야겠지만 외교안보적 판단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경우는 중국 일변도의 지배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와 한미 우호관계에 중심축을 두면서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어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핀란드화’라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핀란드화’란 북구의 핀란드가 인접한 구소련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 주권의 손상을 입으며 생존한 경험을 가리킵니다.
물론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하고 국민적 단합으로 맞선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듯합니다. 사회적 갈등과 혼돈은 나날이 심해지고, 국가의 조정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이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지요. 원래 순서로 보면 부산(1876년), 원산(1880년)에 이어 세 번째로 근대적 개항 대열에 들어갔지만 조계지역의 활성화와 수도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외교와 통상의 교두보적 역할 면에서 볼 때 어떤 개항장보다 짜여진 도시구조와 개화문물의 풍성한 유산 그리고 역사의 의미를 갖고 있는 점입니다.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조성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 일대의 일·중 거류지(현 차이나타운)의 가로 형태나 건축물 등등은 앞서 개항한 중국의 상하이, 일본의 요코하마 등과 함께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로서 경관을 형성했고 지금도 그 면모가 부분적으로 남겨져 도시의 기억으로서 ‘아우라’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인천내항의 재개발이 대두되면서 혹자는 이 조계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 문화교류특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하고, 이 지역에서 충돌했던 전통과 근대, 제국주의와 식민지, 동양과 서양, 대륙문화와 해양문화를 재삼 되돌아보는 역사교육장으로 삼자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왔지만 우리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해 전 국민이 즐기는 음식이 된 짜장면, 식자재와 요리법은 중국에서 왔으나 개항장 부둣가에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여러 외국인 부두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미각적 취향, 실험정신을 고무시킨 항구 특유의 융합적 분위기에다 한·중·일 삼국의 근대사가 담긴 음식을 제대로 음미해 보자는 거죠. 문화기항지(Cultural port)에서 역사와 음식을 연결시켜 과거를 직시하고 과거를 정리해 화해와 공존으로 가는 길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입니다.
2015년 03월 24일 (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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