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커터' 칼과 과도(果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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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3. 9)
조우성의 미추홀-'커터' 칼과 과도(果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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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토교대의 호리겐이찌로 교수는 1930년 토쿄에서 태어난 원로 천문학자다. 저서가 대부분 '태양계', '의외성의 우주', '우주와 별의 기초지식' 등 천문 관련 전공서인데, 수년 전 필자가 도쿄 간다(神田) 고서점에서 우연히 산 '서재의 소도구들'도 있다.
▶표지에는 '천문 박사의 매우 사적인 문방구 고찰'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알고 보니 저자는 유명한 '문방구 수집가'였다. 1959년 여름 미국 코네티커트 주 헤이븐 시의 대학 문방구에서 산 '쉐퍼' 사(社)의 0.9미리 샤프펜을 애용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연필, 스태플, 종이집게, 철침, 볼펜, 만년필, 펜촉, 잉크, 컴퍼스, 자, 연필깍이, 도형자, 분도기, 계산기, 전기시계, 계산자, 두꺼운 확대 렌즈, 조명등, 다용도 칼, 가위, 지구의, 초시계, 줄자, 정리 소상자, 메모지, 명함첩, 각종 사전 등과 함께 '커터' 칼도 소개한다.
▶'커터' 칼은 1959년 일본 오사카의 인쇄소 직공이었던 25세 청년 오카다요시오(岡田良男)가 발명했다. 일본인들이 창안한 또 하나의 국제규격이라며 자랑이 대단한 이 절인식(折刃式) 종이칼은 천문학자의 책상 위에서는 점잖은 문방구의 하나지만 흉기가 되기도 한다.
▶2006년 5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연설을 하려고 단상에 오르다가 지충호로부터 커터 칼로 얼굴을 공격을 받아 60바늘을 꿰맨 사건이 생생하다. 날을 길게 뽑아 쓸 수 있다는 점이 그 후 섬뜩하게 느껴졌다.
▶최근 러퍼트 미국 대사의 얼굴을 그어 국내외에 큰 충격을 준 김기종의 범행 도구는 과도(果刀)였다. '집에서 과일을 깎아 먹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과도의 악의적 사용과 낭자한 피의 이미지, 어처구니없는 극단적 해프닝이 뒤엉켜 지구촌 상식인들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대한민국은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그 평판이 '커터' 칼과 '과도'에 의해 찢기면서 '무서운 나라'로 변해가는 중이다. 물도, 벌이 마시면 꿀이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지만, 세상의 제 용처(用處)도 모르고 횡행하는 '도구(道具)'들이 느는 것 같다.
/주필
2015년 03월 0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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