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정본청원(正本淸源)'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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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1.12)
조우성의 미추홀-'정본청원(正本淸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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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화권에서 매년 하는 특이한 인문 행사가 있다. '올해의 한자'를 그해 12월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다. 일본 교토의 청수사라는 절에서 시작했는데, 1995년부터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이어받아 올해로 20년째가 된다고 한다.(일본 '매일신문' 2014. 12. 30)
▶일본은 올해의 한자로 '稅'를 뽑았다. 현지에가 잠깐 보니, 다들 걱정이다. 소비세의 재증세(再增稅)를 연기한다고는 하지만, 엔저현상과 원재료 값이 올라 1월 중에 가정용 식용유는 8% 이상, 문구류는 1.5~23.5%, 즉석면은 3~5%, 화장실 휴지는 10% 이상 오른다고 한다.
▶그런 중에도 일본은 "한자 한 자(字)로 세상을 표하는 일본발 이벤트가 다른 한자 문화권에도 널리 퍼졌다"며 은연중에 자랑이 대단하다. 한자의 태생지 '중국'도 일본을 쫓아 2006년부터 '올해의 한자'를 뽑았다며, 올해는 '법(法)'이었다고 전해 묘한 뉴앙스를 느끼게 했다.
▶이는 공산당 중앙위원회총회에서 법치국가 건설을 중요과제로 꼽은 것을 반영한 것이지만 '법치'를 이루기가 아직 멀었다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작은 중국 '대만'도 2008년부터 따라 했는데, 올해의 한자는 '흑(黑)'이었다. 폭력과 부정에 물든 사회상을 빗댔다고 한다.
▶중국계가 많은 말레시아와 싱가포르도 '항(航)'과 '난(亂)' 등 밝지 않은 이미지를 내세웠는데, 우리만은 한 자가 아니라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택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한자 한 자를 선택했을 때는 그 함축적 의미로 인해 듣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지 않다. 반면에 성어는 고사(故事)를 배경으로 하기에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교수신문이 '지록위마'에 이어 선정한 '정본청원(正本淸源)'도 그렇다.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에 다른 해석이 있을 리 없다.
▶물론 출전이 '한서 형법지(漢書 刑法志)'라는 것을 몰랐다 해서 겸연쩍어 할 것도 없다. 오늘의 세태와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를 가리켰음을 알면 그만이다. 단발적인 '일본식 한자 이벤트'보다 성어의 뜻을 되새겨보는 것은 무념치 않은 일이다.
/주필
2015년 01월 1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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