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책 버리는 도서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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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1.14)
조우성의 미추홀-책 버리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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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일이다. 평생 강단을 지켜온 노학자가 살던 집을 줄여 이사 가기로 했다. 일단 마음을 정하고 나니, 가장 큰 문제거리로 떠오른 것이 책이었다. 소싯적부터 애지중지해 왔던 책들은 줄잡아 1천 수백여 권. 두 방을 가득채운 책은 학자적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력이 예전만 못해 일상의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자 가장 큰 살림살이가 책이라는 현실이 책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왔다. 갈피마다 담겨있는 추억을 떠올리면 단 한 권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도서관에서 받아준다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해외 각국의 유명 도서관들이 '누구누구 문고'라 해서 책을 영구 보관하면서 그의 인간과 학문을 기리는 일이 많다는 것을 어디선가 봤던 것을 상기했다. 그래서 내친 김에 당신이 봉직했던 대학 도서관에 기증 의사를 타진했는데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학자적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노학자가 생애를 통해 체계적으로 소장한 고서에 대한 가치평가는 고사하고 단지 서고가 좁다는 이유로 마다했다니, 낯부끄러운 인문적 현실이 바로 우리 코앞에서 전개되고 있던 것이다.
▶최근 세계일보가 보도한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 실태'에 따르면, "대학의 심장이라 불리는 국내 대학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는 곳은 드물다. 심장이 아니라 맹장으로 전락한 곳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대학의 인색한 재정투자 탓이다."이라는 진단이었다.
▶"북미연구도서관협회(ARL)에 가입한 미국과 캐나다 대학도서관 110여 곳의 평균 소장도서만 해도 481만9천권으로 국내 1위인 서울대 도서관(462만5천 권)보다 많다."고 하니, 인하대 도서관이 161만6천595권도 감당할 수 없다며 기증도서를 거부한 꼴은 참으로 어이없어 보인다.
▶인천시내 49개 공공 도서관의 수준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지역의 귀중한 학문적 자산이 될 기증 도서를 받아주지 않을 뿐 아니라, 책을 오래된 순서대로 폐기 처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책의 수도'를 말한다. 이 상황,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까?
/주필
2015년 01월 1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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