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어린이 집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5. 1.19)
조우성의 미추홀-어린이 집
(1276)
'어린이'가 이 땅에 탄생한 것은 소파 방정환 선생에 의해서였다. 그 전까지 우리 사회에는 '어린이'란 개념이 없었다. '어린놈', '어린애', '어린것'으로 하대를 했다. 그에 반해 '어리다'의 관형형 '어린'에, 접미사 '이'를 붙여 등장시킨 '어린이'는 시대를 앞서간 신조어다.
▶'국어대사전(이희승 엮음)'에는 '어린이'란 "어린아이를 높여서 부르는 말로서 나이가 어린 아이란 뜻"이라며 소파 선생의 뜻을 취했고, '연세한국어사전'은 "보통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닐 만한 나이의 아이"라고 해 연령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한자로는 영아(영兒), 유아(幼兒) 소아(小兒). 아해(兒孩)라고도 칭했다. 제 자식은 가아(家兒)라 했는데, 남에게 겸손하게 이른다며 '돈아(豚兒)' 즉 '돼지새끼'라 천하게 일컫기도 했다. 유교적 가치관에 젖어 '어린이'를 어른을 공경해야 하는 윤리적 종속물로만 봤던 것이다.
▶육당 최남선이 낸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명 '소년(少年)'이나 일본에서 유입돼 쓰인 '아동(兒童)'이란 단어에는 '민족의 다음 주인공이 어린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러나 언중들이 줄곧 '어린이'란 단어를 호용해 온 것은 어린이에게서 내일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 도처의 '어린이집'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세계 최저의 출산율에 따라 미구에는 국가의 성립조차 힘들다고 보는 인구 상황에서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세상 엄마들을 돕는 또하나의 따뜻한 가정이 돼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부 '어린이집'이 포장만 화려한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고, 어린이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정신적 상처와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소름끼치는 공포의 장이었고, 그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관계기관들이 실태 파악조차 못했거나, 수수방관했다면 이는 천인공로할 일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기는 철학의 빈곤에 있다. '국제시장' 시대보다 오늘이 더 불행하다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이 다시금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물론, 3류 신파극만도 못해 관객이 없는 정치권의 책임은 어느 계층보다도 더 크다.
/주필
2015년 01월 1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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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님의 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