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난제와 어른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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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2. 3)
김송원의 시선집중/
난제와 어른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1월 28일 오전, 겨울의 매듭을 짓는 대한도 가고 입춘이 지척인데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2부두에서 맞는 찬바람은 여전했다. 20명 남짓한 무리가 1시간가량을 기다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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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꽃다발과 현수막도 준비했다. ‘이귀복 도선사님 최종 도선 기념,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란 글귀가 선명하다.
1995년 첫 도선을 시작한 이귀복 회장(인천항발전협의회)은 이날 중국 스다오(石島)에서 출발한 HUADONG PEARL 6호를 마지막으로 퇴역했다.
지난 20년간 모두 8천200여 회를 도선했지만 사고 한 번 없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지인들이 그의 퇴역과 안전 도선을 축하하려고 마련한 조촐하지만 뜻깊은 기념식이었던 거다.
이 회장이 인천 시민사회에 이름 석 자를 알린 것은 ‘제2연륙교(현 인천대교)’ 주경간 폭의 안전성을 문제삼으면서다.
바다 한복판에 없던 시설이 들어서면 선박 교통량에 영향을 줘 항만의 효율성 및 경쟁력은 떨어진다.
게다가 주경간 폭을 정부 안인 700m로 건설하면 선박 교행 시 통항 안전에도 문제가 생겨 인천항은 기피 항만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회장은 탁월한 전문성을 발휘해 정부와 인천시를 무력화시켰다. 예나 지금이나 항만·물류는 인천경제의 한 축을 이룬다. 당시 논란은 지역사회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난제였다. 지역 어른들까지 나서면서 지금의 800m 주경간이 서게 된 거다. 이제 이 회장이 그 연배다.
# 인천이 위기에 처하면 어른이 나섰다.
다른 도시만큼 인천도 우여곡절 끝에 값진 성과를 얻어낸 시민의 역사가 있다. 지난 20년의 지방자치 역사에서 찾아보면 우선 사학비리의 대명사인 선인학원이 시립인천대로 전환해 시민의 품에 안겼다. 김병상·오경환 신부 등 사회지도층이 인천시민의 여론을 모아 반영한 첫 사례다.
지난해에 20주년이 되는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은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회장 등 각계각층이 나섰다. 1990년대를 관통하는 두 사건은 제 아무리 큰 권력이라도 시민의 안녕을 위협할 수 없다는 인천시민의 뜻을 보여 준 역사다.
2000년대 들어서면 인천 내부 문제도 관심사다. 인천항 살리기 시민운동이 펼쳐진 시기다. 2004년에 터진 제2연륙교 주경간 폭 안전성 논란이 성과를 거둔 데는 이런 바탕이 있었다.
게다가 남세종·심정구·이기상·지용택 어르신이 전면에 섰다. 뒤이어 인천-중국 항만 간 정기컨테이너 항로 개설, 인천항만공사(IPA) 설립, 인천신항만 건설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한편, 이귀복 회장과 남흥우 인천항을 사랑하는 800인의 모임 회장, 이승민 전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등이 등장해 인적 자산도 쌓았다.
성장을 구가하던 인천시가 2010년대에 들어서자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았으니 위기 극복이란 난제에 나설 이는 인천사람밖에 없었다.
인천AG의 형평성 있는 국비 지원과 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20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인천을 구하자는 데 장벽은 없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많은 지도자가 양성됐다. 이들이 쏟은 땀방울로 인천시민은 다시 한 번 깨어났다. 지역패권적인 정치구조 개혁만이 인천과 한국 정치의 출구전략임을 알게 됐다.
# 산적한 난제, 시장은 어찌 풀어갈까?
신년 초부터 유정복 시장이 수도권매립지의 ‘선제적 조치 합의’ 논란에 휩싸여 갈팡질팡한다. 오랫동안 서구를 지켜온 김용식 서구발전협의회장 등 현장 주민과의 사전 협의도 없었나 보다.
반면 최근 정부는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 조정 문제는 물론,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 완화 카드도 꺼냈다.
잘만 접근하면 도시 간 경쟁체제로의 발전적 전환도 가능하다. 게다가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서 남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동북아 정세가 안정돼야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지는 중국 어선 불법 조업과 서해교전 등의 난제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유 시장에겐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하지만 누구랑 함께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역 기반도 없는 와중에 친정 식구만으로 전열을 다져서 작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요량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리고 정권 연장을 앞세우기보다 인천을 먼저 생각해야 난제의 해법이 나온다. 해법은 인천의 현장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02월 0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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