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사관(史官)'의 후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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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2.11)
조우성의 미추홀-'사관(史官)'의 후예
'기자는 기자다.' 문자가 말하듯, '기자(記者)'이니 '기록하는 사람'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들은 전란 중에도 가슴에 고이 지필묵을 껴안고, 국가의 대소사를 낱낱이 기록하는 한편 시시종종 그에 대해 준열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옛 '사관(史官)'과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500여년에 걸쳐 만들어 낸 사관들은 보고들은 내용을 적은 '사초'를 목숨만큼이나 귀하게 여겼다. 그에 대한 비밀 유지는 철칙이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임금이 보자고 회유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기록의 엄중성을 지켜냈던 것이다.
▶기록을 하는 자의 직분이란 자고이래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혀가 닳도록 '춘추필법(春秋筆法)'을 말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좌우명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바람은 무시로 방향이 바뀌고, 그에 편승해 예와 다른 사위로 춤추는 자가 활개 치는 것이 세속의 풍정이다.
▶하지만 '사관의 후예'인 '기자'들이 그럴 수 없는 일이다. 공명정대(公明正大)는 고사하고, 시쳇말로 '팩트(Fact)'에라도 충실해야 하며 제가 기록한 '사초(史草)'를 목숨 걸고 지켜 기록을 완성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언론 권력의 정당한 행사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보도 과정은 직업윤리의식에 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해 주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이완구 후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내용은 당연히 보도됐어야 할 것들이었다. 국민에게 그의 비상식적인 언론관 등을 알릴 필요가 충분히 있었다.
▶문제는 식사시간에 당사자 몰래 녹음을 했다는 것과 정작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가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에게 녹취록을 넘겼다는 점이다. 녹취가 취재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의원은 그를 KBS에 전달했다는 것인데 도저히 그 함수관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정보'는 돈과 권력을 낳는다. 그래서 비선(秘線) 커넥션들에 의해서 각종 '정보'가 생산되어 파급되지만, 대개는 '정보 장사꾼'들의 '찌라시' 수준이 태반이다. 언론계 전체가 그처럼 있을 수 없는 정보 거래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될까 걱정이다.
/주필2015년 02월 1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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