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크리스마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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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12.22)
조우성의 미추홀-크리스마스
(1265)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는 따듯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변변치 못했지만, 남루하지는 않았다. 천하의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도 착한 사람이 되는 '감동의 날'이라 생각했다. 신자는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덩달아 답동성당의 미사를 구경 가 자정을 맞기도 했었다.
▶어느 핸가는, 친구들과 율목동 도서관 옆 소성교회엘 간 일도 있다. 문 앞에 세워놓은 내 키만 한 트리가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색색의 전등을 켠 채 추억처럼 반짝이고, 빨간 예복을 입은 성가대의 은은한 찬송소리가 귓가에 아련히 맴도는 것이 필자의 크리스마스 이미지이다.
▶크리스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행사는 '선물 나누기'이다. 연필 한 자루, 장난감 하나가 제대로 없던 애들은 크리스마스 날 미군들이 학교에 와 나눠주던 선물봉지에 기뻐했고, 어른들 역시 헐렁한 구호물자 헌 옷을 줄여 입고도 마음만은 넉넉해 했었다.
▶일찍이 본보의 전신 '대중일보(1949년12월25일자)'는 그 '크리스마스'를 '평화의 명절'이라 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전 인류의 죄악을 대속코자 십자가에 희생이 된 숭고한 발자취를 더듬으며 경천애인의 실천운동을 전개하는 새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의의를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인천교역자회에서는 일반시민과 함께하는 성탄을 축하하고자, 오는 26일 하오 7시부터 제1공회당에서 크리스마스 축하식을 거행하기로 했다는데 각 교회에서 특별히 준비한 프로를 가지고 뜻깊은 하룻밤을 맞이할 것이라 한다"며 당시 인천교계의 성탄절을 소개했다.
▶그러나 빙 크로스비의 캐럴 '화이트 크리마스'처럼 크리스마스가 경건하고, 우아한 것만은 아니었다. 1950년 이후의 신문들은 "광란 이브, 교회는 조용히 축하예배를 보았으나, 땐스홀에서는 밤새 노래와 춤, 길가에는 인파"라는 제하의 기사로 '변질 크리스마스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
▶크리스마스가 예전 같지 않다. 감동이 없는 화려한 물량 공세 때문일까. 곳곳의 트리도 대부분 볼품이 없고, 중구 신포동의 트리는 교통방해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옛 '평화의 명절'이 그립다.
/주필
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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