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속담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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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12.24)
조우성의 미추홀 - 속담론
(1266)
'자식'에 관련된 속담에 이런 것들이 있다.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 자식 둔 사람은 화냥년 보고 웃지도 말고, 도둑놈 보고도 흉보지 마라. 자식 많은 어미 허리 펼 날 없다. 자식 자랑과 남편 자랑은 팔불출의 하나. 자식 없는 사람은 울지 않아도 자식 있는 사람은 운다.
▶자식은 어려서 자식이다. 자식은 품 안에 들 때 내 자식이다. 자식 키워 봐야 어미 속을 안다. 자식 키우는 법 배우고, 시집가는 여자 못 봤다. 제 발등의 불을 끄지 않은 이가 남의 발등의 불을 끌까. 자식은 가정의 거울이다. 제 버릇 남 못 준다. 제 얼굴 가죽 벗긴다.
▶이같은 속담이 언제부터 구전돼 왔는진 모르나, 조선 선조 때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에 '속담'이란 한자어가 처음 등장한다. 속언(俗諺), 이언(俚言), 이담(耳談) 등과는 내용이 다르며, "간명성과 지성과 쾌미성과 해학성을 지니고 있는 민중의 시이다."(천시권 지음 '국어 의미론')
▶이쯤 쓰다 보니, 역시 마음에 걸린다. 자식 둔 부모로서 작금의 어처구니없는 '마카다미아 해프닝'을 말하기가 꺼려지지만, 한편으로는 국적기를 운영하는 간판기업이자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할 재벌가의 얘기가 결코 사적인 게 아닌 공공적 화제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자식 둔 골에는 호랑이도 두남을 둔다'고, 제 자식이 세상에 누를 끼치자, 아비가 대신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에서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 후의 대처가 솔직하지도, 바르지도 못해 지탄을 받고, 급기야는 사법 처리까지 운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연전에 서류더미를 면전에 내던진 여파로 대학 총장이 사퇴했다는 사건을 가슴에 쓸어 담고 있던 인하대 교수들이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사회 퇴출 요구와 족벌 경영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서 건학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대째 파행적으로 유지돼 온 총장의 선출을 두고도 설왕설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새는 쪽박, 들에서도 샌다'더니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제 재주에 제가 넘어지는' 우를 더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주필
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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