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지록위마(指鹿爲馬)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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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12.29)
조우성의 미추홀-지록위마(指鹿爲馬)
(1268)
원은 점의 집합이다. 시작과 끝이 없다. 어디가 위고, 아래라는 게 없이 둥글다. 그 원의 모양과 의미를 살려 만들어 낸 탁자가 '원탁'이다. 그에 둘러앉은 사람은 그가 귀족이든, 기사이든, 일반 백성이든 간에 위치가 동일하다. 거기선 '평등'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지배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탁자를 굳이 원형으로 만들지 앉았다. 밥상조차 완전한 원형은 거의 없다. 탁자나 서안(書案)은 4각이었고, 호족반, 구족반으로 불리던 밥상은 6각이나 8각이었다. 완벽한 원형을 고집하지 않은 것은 '원'이 지상의 형상이 아니라는 생각때문인 것 같다.
▶반면에 동서남북이 분명한 4각은 땅의 형상으로 보았다. 그 사이에 각을 하나씩 세우면 8각이 되는데, 4방8방 거기까지였다. 그를 더 잘게 계속 나누면 원에 더 가까워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늘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것이 아닐까 혼자 속단해 본다.
▶최근 이른바 '원탁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성배를 찾아 떠나는 혈기 왕성한 기사(騎士)가 아니라, 백발 노장들의 모습이 잠깐 TV 뉴스에 비춰졌다. 언뜻 보니, 그들이 앉은 자리는 원탁이 아니라 4각 탁자였다. '명실(名實)'이 왠지 어긋나 보였다.
▶그럼에도 매스컴들은 그 모임을 '원탁회의'라고 칭했다. 무엇이 무엇인지 1년 내내 헷갈려온 국민들은 그곳에서 전 통진당 대표가 큰절을 올리는 모습과 그에 대한 답례로써 박수를 보내고 있는 광경을 헌재의 판결문 낭독 장면과 오버랩시켜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4년은 힘겨운 해였다. 온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한 세월호 참사, 헤어날 길이 안 보이는 인천의 재정 적자, 염치없는 인근 도시들의 쓰레기 매립지 강행 논란, 무능한 재벌 2세들의 갑질로부터 야기된 추락 직전의 'KAL' 사태와 총장 선출을 둘러싼 인하대의 학내 분란 등등이 떠오른다.
▶전국의 교수들이 '교수신문'을 통해 뽑은 지난해의 4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강변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각성시키기 위한 선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부디 모두가 바르게 보고, 말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주필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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