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문장부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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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11.19)
조우성의 미추홀-문장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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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였지 싶다. 선생님이 3·1만세운동이 일어난 해에 백성들이 모두 "아이구! 아이구!" 하며 신음했다면서, 그 해가 '1919년'이라고 가르쳐주셨다. 한라산의 높이는 "한 번 구경 오십쇼"라며 '1950m'라고 해서 귀에 쏙 들어왔다. 고교 수학 시간에는 '파이'를 배웠다.
▶선생님이 '파이(π)'에 대한 개념을 알려 주시면서, 그 값을 "있네, 있네, 둘일세"로 외우라고 하셨다. 그 값이 정확하게 '3.1414213'은 아니었지만, 그때 배운 포물선 방정식 등은 모두 잊었어도 '파이' 값이 '3.14159……'라는 건 알고 있다. 물론 '3.14'만 알아도 그만이었다.
▶살아가는 데 하등 지장이 없었다. 달과 화성을 향해 쏘아 올린 우주선의 궤도 계산도 소숫점 4~5자리까지만 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오차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학자 중엔 애꿎게 컴퓨터를 못 살게(?) 굴면서 수백만 자리까지 '파이' 값을 계산하는 이도 있단다.
▶여기까지 써 내려온 글 속에 사용한 문장부호는 가운뎃점, 큰따옴표, 쉼표, 작은따옴표, 소괄호, 물음표, 마침표, 물결표 등이다. 이밖에도 국립국어원에서 이번에 개정한 문장부호 중에는 중괄호, 대괄호, 낫표, 화살괄호, 줄표, 붙임표, 줄임표 등이 있다.
▶조선어학회가 1933년 10월에 정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은 1937년에 용어와 예문을 새 표준어로 바꾸었고, 광복 후인 1946년에는 '사이시옷' 등을 폐지했다. 1948년엔 전문이 한글판으로 다시 나왔다. 1988년 1월 이후에도 '한글맞춤법'이 '표준어 규정'과 함께 발표되는 등 여러 차례 개정되었는데, 이번에는 주로 문장부호에 중점을 두어 손질했다고 한다.
▶인터넷 시대에 맞게 고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아무리 언어가 '언중사회의 귀납적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잘못 써 왔던 여러 부호를 그대로 용인해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곤란하다. 일본식 문장부호의 원용(援用)이 특히 거슬린다.
▶일부 사회과학 교수들이 그간 잘못 써 온 것을 수용해 홑·겹낫표·홑·겹화살괄호(? ?, 『 』, < >, ≪ ≫) 등 여러 부호를 한가지 기능으로 혼용케 한 것은 시류에 영합한 졸렬한 언어정책의 예로 보인다.
/주필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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