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사법불신(司法不信)(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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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4.11.24)
사법불신(司法不信)
/원현린 논설실장
세월호 재판, 윤 일병 사건 재판 등 희대의 사건들에 대한 재판 결과에 온 시민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내려지는 판결에 대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형벌의 수준이 시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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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형량이라면 ‘법을 지키는 우리만 손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재력가들과 고위 권력층들에 대한 형량 또한 가볍다. 중죄를 지었어도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싶으면 사면이다 뭐다 해서 각종 이름으로 풀려나곤 한다.
시민 모두가 재판관일 수는 없다. 우리는 엄격한 시험을 거쳐 통과한 법률가에게 법복을 입혀 재판에 임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법복은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때문에 법관이 입정할 때 기립하기까지 하고, 시민들은 내려지는 판결을 받아들이고 존중한다. 한때 그랬었다. 하지만 이제는 법복에 대한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사법(司法)불신이 만연하다.
최근 사법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가 한 해 300건을 상회하고 있으며, 법원과 법정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검찰의 구형에도 불신하지만 그보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행동들이다. 법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면 사법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법관의 자질과 능력의 문제다. 벌금 대신 노역을 택한 재력가 기업인에게 한 향판(鄕判)이 일당 5억 원으로 환산해 노역에 처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그것이다.
이 판결로 ‘황제 노역’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사법불신은 사법부 종사자들이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법 감정을 도외시하고 자의적으로 내린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법관의 자격에 대한 재검증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증거가 존재하고 심증이 간다면 법에 의한 재판을 해야 한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할 재판을 자의적으로 판단, 마치 전가보도(傳家寶刀)인 양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법관의 양심은 개인적 자의적 양심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직업적 양심에 따르라는 의미다. 거듭 강조하지만 법관 일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재판이어서는 안 된다 하겠다.
법관에 의해 내려지는 판결이 시민 저항을 불러온다면 곤란하다. 법관이 법리 검토를 거쳐 재판에 임하겠지만 세월호 선장에 대한 살인 무죄 선고와 윤 일병 사망사건 살인 무죄 판단에 대한 시민들의 법 감정이 이를 받아들이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 집행이 너무 가혹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겠으나 물러도 안 된다. 필자는 얼마 전 중국 송나라 때의 명판관 포증을 소재로 제작한 TV 드라마 ‘포청천’에서 포대인의 추상 같은, 그렇지만 공명정대(公明正大)한 판결과 법 집행에 박수를 보낸 기억이 난다.
상부의 어느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징악(懲惡) 판결을 내리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사법 현실과 대조되는 것 같아 부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동안 감춰졌던 각종 X피아들의 범법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나고 있다. 최첨단을 자랑한다는 해군함정 통영함에 장착된 음파탐지기가 물고기 잡이용 ‘어군탐지기’라는 보도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문제는 이처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다는 점이다.
작금에 밝혀지는 엄청난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래도 한 ‘국가’로 존립이 가능한가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강력한 법 집행만이 느슨해진 국가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다.
국가 안보가 누수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군이 합수단을 구성, 방산비리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번에도 또 소리만 요란하다는 사후 평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
때맞춰 전해지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군에 대한 반부패 척결에 나서 전·현직 장성 8명을 연행해 조사에 나서는 등 군부 숙청에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한다.
중국의 경우 단순히 구호에 그치곤 하는 우리와는 사뭇 차원이 다르다.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당국의 성역 없는 수사와 법원의 준엄한 판결이 이뤄질 때 정의사회는 구현되는 것이다.
2014년 11월 2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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