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물건값(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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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12. 3)
조우성의 미추홀-물건값
(1257)
"물자를 축적하는 원칙은 물건을 온전한 채로 보존하는 데 힘써야 하는 것이지, 물화를 오래 쌓아 두는 게 아닙니다. 물자를 서로 교역하는 데, 상하기 쉬운 것을 팔지 않고 남겨 두면 안 되고, 물건을 쌓아두고 비쌀 때까지 오래 기다려면 안 됩니다"(사기 '화식열전' 민음사)
▶이 이야기는 물건이 비쌀 대로 비싸지면 헐값으로 돌아오고, 쌀 대로 싸지면 비싼 값으로 되돌아옴으로, 비싸지면 팔고 값이 싸지면 구슬을 손에 넣듯 사들여야 한다. 곧 물건은 흐르는 물처럼 유통시켜야 한다는 범려의 스승인 계연(計然)의 상품 경제학을 말하는 듯싶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물건도 있다. 사기 노자·한비열전 중, 노자가 공자에게 말하는 대목 가운데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귀한 물건은 예로부터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게 예삿일이었다.
▶그런 까닭에 동서고금에 '귀한 물건'이 있다면 도둑들이 무덤 속까지 뒤졌던 것이고, 그를 얻자면, 일상적 상품의 매매가 아니어서 많은 돈을 지불할밖에 없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골동품'인데 역사적, 학문적, 문화·예술적 가치와 희소성이 가격을 좌우한다.
▶수년 전, 문화재위원회에 근대문화재 분과위원회가 설치된 후, 일부 문화예술품의 가격이 폭등해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은 해당 분과위원회가 무엇엔가 쫓기듯이 '동시대'의 시집, 만화, 피아노, 건축물 유구 등을 서둘러 '근대'의 문화재로 지정한 일이다.
▶1925년에 발행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1억 수천여만원에 호가되고, 최근에는 백석의 시집이 한 경매장에서 7000만 원에 낙찰 되는 등 열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어떤 돈 많은 기업인은 해외에서 나폴레옹이 썼다는 모자 하나를 물경 28억원에 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그 같은 가치평가가 과연 온당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대저, 물건값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지만, 과도한 값 부풀리기나 의미의 과잉 부여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물건에는 제 값이 있다'는 말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주필
2014년 12월 0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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