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크리스마스 씰(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4.12.15)
조우성의 미추홀-크리스마스 씰
(1262)
학창시절 매년 이맘때면, 담임선생님이 크리스마스 씰을 나눠주곤 했다. 몇몇 주의산만형들은 선생님 말씀을 잊고는 편지봉투에 우표 대신 붙이기도 해 아이들 사이에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표 옆에 나란히 붙이던가, 뒷면 상단에 붙이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아났다.
▶크기와 도안은 우표와 같았지만, 빨간 복십자(複十字) 표지가 있는 것이 달랐다. 복십자는 결핵 예방을 뜻하는 만국 공통 상징으로 1902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결핵예방회의에서 인류 공동의 적인 결핵과 싸우자며 채택한 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복십자 표지를 곁들인 씰이 처음 발행된 것은 1904년 12월 10일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결핵이 전 유럽에 창궐하자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 직원 '아이날 홀벨'이 결핵 퇴치를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만들었고, 국왕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캐나다 선교사 '셔우드 홀'이 1932년 12월 3일 크리스마스 씰 운동을 처음 펼쳤다. 그때만 해도 백성들은 결핵을 "악귀의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이 운명적으로 받는 벌이라고 여기며, 예방을 대수롭지 않게 봤다."('닥터 홀의 조선 회상' 김동열 옮김, 좋은씨앗 간)
▶요양소의 운영비를 마련하고, 결핵의 심각성을 계몽하기 위해 홀이 발행한 첫 씰에는 서울의 '남대문'이 그려져 있다. '보건(保健)'이란 한자와 '복십자, 홀의 임지였던 '해주 구세 요양원'이란 문자도 들어있는데, 제일 처음 산 사람은 인천 내리교회의 기틀을 마련한 아펜젤러 목사였다.
▶그러나 씰을 사 주거나 그 뜻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드물어 교회와 학교를 통해 선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씰 운동이 아직 유효한 것은 우리가 '결핵 왕국'에서 졸업하지 못한 채, OECD 국가 중 결핵 사망률 1위이며, 20~30대에 환자가 많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 판인데, 씰 운동에 제동이 걸렸다. 공공기관이 크리스마스 씰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하는 규정이 폐지됐다는 것이다. 작은 '강제'도 '강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웬지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주필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