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인력거 (人力車)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4.11.12)
조우성의 미추홀-인력거 (人力車)
(1248)
자전거는 인간적이다. 제가 제 힘을 들여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가 하면 자전거는 자유로운 사유(思惟)의 도구이기도 하다. 매순간마다 가고자 하는 길을 홀로 선택하고, 그 길 위에서 언제나 제가 단독자임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에 인력거는 남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는 면에서 비인간적이다. 인력거란 명칭 자체가 다른 사람의 힘을 지배하지 않고는 다닐 수 없는 수레라는 뜻 아닌가? 사회공동체를 건강하게 해 주는 자전거에 비하면, 인력거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제국주의적 산물이다.
▶이 같은 주장은 역사적으로도 맞다. 인력거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신이 창안했다고 전부터 자랑해 왔던 '발명품'이다.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무력이든 남을 지배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운행 생태(生態)가 '군국주의'를 쏙 빼닮았다는 것은 일견 신기한 일이다.
▶인력거의 탄생 이야기부터가 그렇다. '인력거'란 책을 쓴 일본의 사이토 토시히코는 "인력거는 1870년 3월 동경에서 탄생했다. 1877년 서남전쟁 때는 최신예 운송 차량으로 정부군 측의 병사와 물자를 싣고 피와 초연이 자욱한 전선을 달렸다"고 기원을 밝히고 있다.
▶발명가는 다카야마 코스케(高山辛助). 서양 마차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해 보급했다고 한다. 국내에는 1883년 1월 한성판윤이 된 박영효가 보급했고, 1894년에 서울과 인천~서울간의 영업을 시작했는데, 초기의 인력거꾼은 모두 일본인이었다가 점차 한국인도 그에 종사했다.
▶현진건의 단편 '운수 좋은 날'에 등장하는 김 첨지가 바로 그런 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죽자 사자 거리를 내달렸을 인력거꾼들! 식민지시대의 비참한 민중의 현실과는 달리 그를 이용했던 이들 대부분은 어떤 군상들이었을까 상상해 보게 된다.
▶인력거의 이미지에는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웨 먹지를 못하니, 웨 먹지를 못하니……"하며 울부짖는 김 첨지의 절규가 배어있는 듯싶다. 그 인력거의 모형을 중구청이 청사 앞에 세워놓고, '관광' 운운하고 있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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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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