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상(賞)(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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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10. 8)
조우성의 미추홀 - 상(賞)
(1233)
가을이다. 바야흐로 상(賞)의 계절이 돌아왔다. 각급 단체나 기관이 주로 가을에 상을 시상하는 것은 계절이 주는 독특한 상징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대자연이 온갖 열매를 풍성하게 거두듯, 가을의 시상은 그해에 거둔 사회적 수확을 함께 기리는 계절의 축제인 것이다.
▶상의 상 가운데 지존이랄 수 있는 노벨상도 가을에 주고, 문학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공쿠르 상이나 우리 문학상의 대부분도 역시 단풍이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시기를 기다려 시상을 한다. 주는 이, 받는 이, 보는 이의 참여도 눈이 부시다. 그러나 그 상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가을에 맞춰 주기 때문이 아니다. 줄 만한 이가 상을 주고, 받을 만한 이가 받았기에 박수를 보내고, 수상을 축하하며, 그들이 고군분투하여 삶의 지평을 넓혀주었음을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상당수의 상은 나눠먹기나 상을 주기 위한 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상을 줄 만한 '권위'를 갖추지 못한 이들이 '장삿속'으로 상을 제정해 끼끼리 나누거나 사회적 권력을 스스로 만들려는 것이어서 속을 메스껍게 한다.
▶이때 일부 매스미디어들은 덩달아 이상한 춤을 같이 춘다. 그 상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누가 무슨 상을 탄다고 호들갑을 떨며 지면을 할애하니, 저들끼리 또 상을 주나보다 치부할밖에 없다. 군소 문학지가 소위 '신인상'을 남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가 하면 타지에서 상을 몇 차례 주다가 시상 여력이 안 돼 중단한 상을 지역사회의 합의도 없이 슬그머니 가져와 마치 제가 제정한 상처럼 시민의 혈세로써 시상하는 상도 있다. 그를 통해 일천한 제 역사에 권위를 부여하려고 했던 시도였다.
▶더 꼴불견인 것은 늙어서까지 상에 집착해 이 상, 저 상을 계속 타고 있는 '백발(白髮)'들이다. 하긴 생전에 제 '문학관'을 차리는 '염치'들이니 무슨 일은 못할까 싶다. '인문학'을 빙자한 '인간공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주필
2014년 10월 0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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