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담뱃값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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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9.15)
조우성의 미추홀 - 담뱃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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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때, 하루에 담배 3갑을 피웠던 골초였다. 기자들이 북적이는 편집국에다 버젓이 재떨이를 갖다놓고 하루 종일 연기를 모락모락 내고 있었으니, 요즘 남녀노소 애연가들이 건물 밖 흡연장으로 들락날락하는 풍경과는 다른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을 살았던 것 같다.
▶금연을 하게 된 것은 무슨 대단한 자각과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연한 결행이었다. 어느 날 후두암으로 목에 구멍을 뚫고 생고생을 해 가며 사는 이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저리 살까보냐 싶어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금연식'을 '거행'했다.
▶한밤 아파트 앞뜰에서 휘영청 밝은 달을 쳐다보며 내 인생 최후의 담배를 피운 뒤, 집에서 가지고 나간 가위로 '마일드 세븐' 담뱃갑 한가운데를 싹둑 자른 월하의식(月下儀式)을 벌였다. 이는 일제 담배를 피우는 필자를 '친일파'라고 하던 처의 비난을 잠재우는 명예회복의 기회이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금단증상이 시작됐다. 본의 아닌 신경질과 배가 터질 듯 마셔댄 물의 출렁거림이 일주일을 넘게 계속됐는데, 그 시간을 어찌어찌 지냈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후 20여년을 지나오는 사이에 세상의 흡연 풍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며칠 전 복지부장관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겠다"는 선언조차 남의 일이 됐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데 그게 누구의 공감대인지 알 수 없고, '개인의 자유의지 신장'과 '국가의 행복 강요' 같은 말들이 엇갈려 머리가 어지럽다.
▶그런 가운데 본지가 특종 보도한 면세 담배 시중 유출사건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고, 그 사건의 여파로 최근 군납용 면세 담배를 불법 유출한 전국 각지의 미군부대 PX까지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초유의 상황에 애연가들의 사재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양 의학계는 각종 자료를 통해 "폐암 환자의 90% 이상은 오랜 흡연 경력을 갖고 있고, 그 90%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상당수가 폐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연은 담뱃값으로 누를 수 없는 개인의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주필
2014년 09월 1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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