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신송초등교의 국악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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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9. 1)
조우성의 미추홀 - 신송초등교의 국악
(1219)
인천의 문화예술계는 현재 중병을 앓고 있다. 손을 깨끗이 씻지 않아 생긴 병이다. 문화예술계가 원천적으로 지녀야 할 순수성을 저버리고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때문이다. 자유당 정권 말기에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송영길 후보가 시장에 출마했을 때, 인천의 내로라하는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이 그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그에 질세라 보수 쪽 일부 인사들이 맞불을 놓듯 그 20배에 달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아 안상수 후보 지지 성명을 서둘러 발표했다. 피장파장이었다.
▶그 후, 양자에 의해 문화예술계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에 대해서는 거론한 바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지역사회에 성역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비밀처럼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주요거점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또 하나의 중병이 있다. 외지 위탁현상이다. 주민의 향수 여건과 운영 조건은 살펴보지 않고 구마다 경쟁해 문화회관을 세운 것도 문제지만,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외지에서 기획, 제작한 전국 투어 물이고, 자체 기획이라 해도 주역이 외지의 유명인이라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 같은 문화예술계의 식민지적 타성에 비추어 보면, 지난주 새얼문화재단이 마련한 '국악의 밤'은 신선한 미풍이었다. 아직 '시립 국악단'이 없는 게 인천 국악계의 현실이긴 하지만, 이날 첫 무대를 신송초등학교 '국악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장식한 것은 뜻 깊어 보였다.
▶작년 5월 창단한 이래 양동용, 김옥희 교사와 이용탁 지휘자의 지도를 받아 실력 배양에 여념이 없는 국악 어린이 55명, 그들에게 성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성장해 인천지역 국악계의 주역이 되리라고 생각하니 무대가 더 흥겹고, 신명나게 느껴졌다.
▶지역의 문화예술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생산해 내는 사랑과 평화의 소산물이다. 그것이 정치적 소도구나 문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국악의 밤'이 준 교훈의 하나였다.
/주필
조우성 webmaster@incheonilbo.com
2014년 09월 0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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