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정체성 찾기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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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8.11)
조우성의 미추홀-정체성 찾기
(1210)
인간은 부모에 의해 태어난다. 그의 부모도 그의 부모에 의해서 태어났다. 달리 말하면, 이 지상의 어느 누구도 제 의지에 의해 태어나 사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독생자'를 빼고, 인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지역에 살게 된 생물학적 존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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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가? 아직도 출생지로써 사람을 평가하려는 이들이 많다. 망국적 3연(三緣) 가운데 하나인 '지연(地緣)'은 그런 면에서 고고한 인간의 의지보다는 '동물적 DNA'에 순종하는 '군집적 사회관'에 기초한다고 여겨진다. 마치 세링게티 초원에 몰려다니는 사자 떼를 연상케 한다.
▶제 무리가 아니면, 이빨을 드러낸다. 영역 다툼으로 날을 지새우는 모습들을 보면, 아직도 세계의 상당 지역은 '인간은 단독자'라는 철인의 고상한 말이 무색한 '시멘트 정글지대'이다. 먹이를 더 차지하기 위해 출생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몰려다니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그 '군집성'은 사회 전 분야에 질병처럼 퍼져 있는데, 심지어는 원초적으로 고독한 개인 작업일 수밖에 없는 예술창작까지도 무리를 지어 해야 한다고 하는 판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풍조들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의 정체성'을 무시한 무시무시함까지 엿보인다.
▶우리 고장 인천은 전국 각처에서 살러온 이들로 인구의 태반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는 출생지가 다른 사람들과는 거의 관계를 맺지 않고, '고향사람'만 선택해 살려는 듯해 '해불양수(海不讓水)의 아름다운 꿈'이 허망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출생지가 인간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인천에서 함께 살며, 내일을 꿈꾸고 있다. 이주는 인생 최대 모험의 하나였고, 개척자적 의지의 용감한 실천이었다. 이젠 그 같은 이성적 실천으로써 구성된 지역사회의 가치와 그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본다.
▶본보가 최근 새 기획물로써 '인천의 정체성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정체성 혼돈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을 '역사의 추체험(追體驗)'을 통해 치유해 보자는 의도이다. 이는 우리가 '운명 공동체'임을 인식하자는 정신운동이기도 하다.
/주필
2014년 08월 1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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