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예술가의 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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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7. 2)
조우성의 미추홀-예술가의 길
(1193)
예술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제가 좋아서 한다. 제 싫으면 평양감사도 안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권력도 아니요, 억만의 금과 화려한 명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평생 예술에 매달려 사는 이들을 보면 왜 사서 '생고생'을 하는가도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그를 무슨 숙명으로 여긴다. 대중적 인지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명이든, 무명이든 간에 숙명의 사슬에 발이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 중 상당수는 창조의 샘인 상상력이 고비사막처럼 고갈된 때에도 시치미를 땐 채 '예술가'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사업은 종신제(終身制)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끝없이 명예를 탐한다. 세계적인 지명도와는 상관없는 상이지만, 국내의 상이란 상을 가급적 평생 계속 탄다. 그러다 그도 시들해질 때쯤이면, 이름도 고상한 '예술원'을 향해 달린다.
▶최종적으로 가 닿아야 할 목적지인 양 그들 중 세칭 성공했다는 이들은 생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서 다시금 경쟁을 벌인다. '예술원' 회원이 못 되면 '쪽 팔린다'는 듯 머리를 싸매고 입회하려 하지만, '드높은 명예(?)'만큼이나 회원되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하지만 누항의 갑남을녀들은 도시 예술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국가가 돈 들여가며 왜 그를 운용하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 회원들이 국가·사회를 위해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명예와 권력과 부를 누려온 소수 예술가들의 '최종 리그'를 지켜볼 뿐이다.
▶최근 피아니스트 백건우(68)씨와 물방울의 화가 김창렬(85)씨가 '대한민국 예술원 신입 회원'에서 탈락해 다시한번 '예술원'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원 가입이 해당 분과 회원의 투표로 이뤄진다니, 거기서도 망국적 연줄이 작용치 아니한다고 할 수 없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 모양, 그 꼴인 '예술원'에 백건우, 김창렬 같은 이들이 무엇이 부족해 입회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퍽 어렵다. '예술원' 회원으로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예술'을 해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진정 예술가의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필
2014년 07월 0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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