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나비부인' 병(病)(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4. 7.28)
조우성의 미추홀-나비부인' 병(病)
(1204)
일본 큐슈 나가사키 시에는 언덕이 많다. 오우라 지구의 관광지 구라바엔에 오르려면 300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힘이 부친다 싶으면 나가사키 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나미 야마테(南山手)' 언덕 초입까지 반원통형 터널로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갈 수 있다.
▶그곳에는 개항 당시 영국 상인들이 살던 8개의 양관과 정원이 정교하게 복원돼 있는데 관광포스터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다. 스코틀랜드 무역상 토머스 글로버의 목조 양관을 비롯해 링거, 오르트 저택 등을 보면 인천 지역의 복원 수준이 얼마나 조잡한가를 알 수 있다.
▶일본 최초의 테니스코트, 아담한 유리창에 정감이 가는 최초의 서양 음식점 '자유정', 고색이 짙은 최초의 '오우라 성당' 등과 함께 오페라 '나비부인'으로 유명한 프리마돈나 '미우라 다마키'와 작곡가 '푸치니'의 동상도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문득 재능대 손장원 교수가 쓴 글 가운데 "인천에서 '광창양행'을 설립한 영국인 월터 베넷의 부인 '글로버 하나'는 나가사키 글로버하우스에 태어났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토머스 글로버의 부인이 '나비부인'의 모델이요, '글로버하우스'가 오페라의 실제 무대라는 이야기였다.
▶그들 부부는 1남 1녀를 두었는데 딸 글로버 하나가 인천에 시집 와 살다가 1938년 70세로 사망해 현재 청학동 외국인묘지에 묻혀 있다는 것이니, '나비부인'과 인천과의 인연이 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연이겠지만, 부평아트센터도 올해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오페라 시장에서의 '나비부인'은 좀 헤픈 게 아닌가 싶다. 각지의 오페라단이 툭하면 '나비부인'을 공연하는 데는 복합적인 사정이 깔려 있겠지만, 관객이 식상해 있는 것도 사실일 터이다. 금년 4월 대전오페라단도 제27회 정기공연으로 '나비부인'을 택했다.
▶국립발레단 역시 지난 4일 '나비부인'을 공연했다. "완성도가 민망할 정도였다"는 것이 공연평이었는데, 내년 첫 레퍼토리도 '나비부인'이라고 발표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오페라계의 '나비부인' 병을 진중하게 진단할 때가 된 듯싶다.
/주필
조우성 webmaster@incheonilbo.com
2014년 07월 28일 월요일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