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정치가의 공분(公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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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5.16)
조우성의 미추홀 - 정치가의 공분(公憤)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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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에 세칭 추천제가 성행했던 때였다. 문단 원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 잡지나 문학지에 문인 지망생의 작품을 두세 번 소개함으로써 '시인' 또는 '소설가'라는 영예를 주는 제도가 있었다. 원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이면에는 학연과 지연 등에 의한 문제가 컸었다.
▶모 원로는 자신의 손으로 추천이나 당선시킨 시인이 무려 1500여명에 달해 문단에서 '누구누구 사단(私團)'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으나 묵묵히 아류 양산을 계속했다. 그 원로가 봉직했던 모 대학은 문단에서 요지부동의 세력으로 성장해 한동안 문학계를 좌지우지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은 문학계만의 실상이 아니었다. 미술계와 음악계의 사단 형성도 최근의 서울대 음대 사건이나 총장 선출 과정에서 보듯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이 없었다. 이처럼 사회 전 분야에 림프종같이 퍼진 자파(自派)·아류(亞流)들의 결집문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말할 것도 없이 권력과 예산을 쥐고 흔드는 정치가와 관료들에 의해 파생된 것이다. 누가 원죄의 주인공인가는 쉬 파악하기 어렵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생긴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권력은 정치가가 쥐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철밥통 장수 그룹인 관료들이 가졌다.
▶관료들은 정책 입안 등을 통해 그림자처럼 정치가를 움직인다. 정치가는 관료에 의지해 국가를 운용하고, 관료는 출세하기 위해 정치가와 연대한다. 관료들은 또 권력의 원천인 규제를 가급적 많이 만든다. 정치가는 그를 국회서 통과시켜 주고, 그 결과 각종 산하단체가 설립된다.
▶관료들은 은퇴 후 낙하산을 타고 그에 재취업한다. 이 같은 양자의 유착관계가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데, 이번 세월호의 참사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공분을 표하며 허점투성이였던 관료들을 질타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과오또한 관료들에 못지않음을 자인해야 한다.
▶양자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 개혁은 말 잔치 될 게 뻔하다. 사실 그들 스스로에게는 할 일이 별로 없다. 개혁은 어디까지나 깨어 있는 국민의 몫이다. 국민이 선거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내일이 결정될 것은 자명하다.
/주필
2014년 05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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