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그런 선장(船長)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4. 4.21)
조우성의 미추홀 - '그런 선장(船長)들'
<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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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때, 왜군은 파죽지세로 한양을 향해 진격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관군 대부분이 싸움도 하기 전에 줄행랑을 놓았기 때문이다. 왜군이 정작 두려워한 것은 의병들이었다. 현지 지리에 밝은 의병들이 한밤에 바람처럼 나타나 죽기를 무릅쓰고 싸워 혼쭐이 나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왜군의 분탕질에 인천과 안산 등지의 거리에 시신이 산더미로 뒹굴고, 혼비백산한 백성들은 솥단지를 매고 뿔뿔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한다. 나라를 지켜야 할 관리를 보기가 어려웠다. 전황이 위급해지자 임금부터가 궁궐을 버리고 심야 우중에 도망쳤다.
▶백성을 지켜 주어야 할 임금과 그 신하들에 대한 백성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왜군이 한양에 도착하기도 전에 궁궐은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백성이 불을 지른 것이다. 나라와 관리에 대한 원망이 얼마나 뼈에 사무쳤기에 백성들이 제나라 궁궐에 불을 질렀겠는가?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전쟁 중인데도 인천부사 김찬선 같은 자는 악랄하게도 사장을 늘여 사리를 취하고, 백성을 수탈하기에 혈안이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순신, 김시민, 권율 장군의 대첩과 의병 승리는 외레 이변이었다.
▶반면에 유럽의 왕들은 전시에 맨 앞에서 싸우는 것이 전통이었다. 충성과 세금을 강요했지만, 유사시가장 먼저 죽을 이들은 왕과 귀족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고사포에 희생된 영국 비행사의 대부분은 귀족의 자식들이었다. 6·25 때 벤플리트 장군의 아들도 최전선에서 전사했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정신적 의무'를 뜻한다. 아직도 우리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도덕적ㆍ정신적 의무는커녕 보수ㆍ진보 가리지 않고 사리를 취해온 정치가, 공직자, 지식인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선장이 배가 침몰하자 누구보다도 먼저 탈출했다고 한다. 자기희생이 없이 번지르르한 말만 지껄이는 자에게 국민의 목숨을 맡겼던 것이다. '그런 선장들'이 이 나라 도처의 항로에서 키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주필
2014년 04월 21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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