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생명과 바꾼 증축(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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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4.25)
조우성의 미추홀 - 생명과 바꾼 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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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불편하다. 좌석에 앉으면 무릎이 앞자리에 닿을 정도로 협소하다. 좌우로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하늘 위에서 포박을 당한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항공사가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좌석을 촘촘하게 배치한 때문이다. 승객의 편의보다는 영업이익을 앞세운 결과다.
▶항공법은 기체에 따라 화물량과 승객수를 각기 제한해 놓았겠지만, 이륙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승객과 화물을 실었을 것은 뻔하다. 하지만 돈만 더 내면 다리 쭉 뻗고 와인 마시며 '별나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커튼 하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 차별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세월호' 같은 대형 여객선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일반 객실은 대개 배 아래 기관실 근처에 있다. 밤새 엔진이 숨가쁘게 내뿜는 굉음에 잠들기가 어렵다. 반면에 1등석은 최상층이다. 원형의 창밖엔 짙푸른 바다가 보인다. 에어컨에 소형 냉장고까지 갖춘 호화판이 대부분이다.
▶해운사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객실을 늘리기도 하지만 이번에 참사를 낸 세월호는 선령(船齡)이 20년이 넘는데도 거기에 선주 전용 전시실까지 꾸몄다니 아연해진다. 이 과정에서 선박 설계자가 애초에 들여놓은 적정 시설의 구조를 함부로 변경한 것은 중대 문제이다.
▶전시실의 증설로 무게 중심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복원 능력을 상실했으며,그것이 과적(過積)과 함께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검찰은 증축이 어떠한 인허 절차와 검사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는가 한 점의 의문 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항공사의 좌석 늘리기나 '청해진'의 객실과 어쭙잖은 선상 사진 전시실 증축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사악한 이익 챙기기나 허세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규제의 집행자인 관료들과 얽히고설켜 오래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으리란 것도 경험칙상 도출하기는 어렵지 않다.
▶도덕과 윤리가 실종된 천민자본주의는 흉기와 다름없다. 수십 년 간 누적돼 온 허점 투성이의 국가 시스템과 그를 운용해 온 이들의 윤리적 수준이 그런 정도라면 어느 날 대참사가 또 우리를 엄습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모두가 가슴을 치며 통탄할 일이다.
/주필
2014년 04월 2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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