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책의수도'에서 할 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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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4. 4)
조우성의 미추홀-'책의수도'에서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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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거리가 먼 도시 인천이 이름도 거판한 '책의 수도' 지정을 유네스코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 냈을 때 필자는 공감을 표했다. 이유는 '책의 수도' 행사를 통해 우리가 비인문적인 환경에 처해 있다는 자각과 함께 그에서 탈피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 대장경을 판각했고, 조선시대에 외규장각을 두어 국가의 귀중도서를 소장했던 출판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지 못한 채 무심히 세월을 보내다가 일제강점기에는 국자마저 빼앗겼고, 광복 후에야 겨우 국문신문 '대중일보'를 발간했던 게 우리 출판문화의 역정이었다.
▶그 후 인천의 출판문화는 서울에 종속돼 왔고, 지금도 사정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인구 290만 명이 사는 도시에 변변한 출판사 한 곳이 없고, 전국 광역시 중 신간 서점이 가장 적으며, 고서점 역시 부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척박한 수준인 것이다.
▶책의 수요가 없으니 공급처인 신ㆍ구 서점의 숫자가 전국 최하위이다. 그렇다면 또다른 척도가 될 도서관 현황은 어떤가? 도서관 숫자도 전국 최하위라니까 부랴부랴 세칭 '작은 도서관'을 여럿 급조했는데 도서관 본래의 기능 상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치 않는 이상한 풍조다.
▶책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그를 대중에게 제공할 도서관은 장서, 사서,공간 부족으로 허덕이고, 저자와 독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서점 역시 최악의 상황이라면 '책의 수도' 행사를 앞두고 우리가 할 일은 미흡한 여건을 시급히 보완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는 뭔가 허둥대는 것 같다. 국내 출판문화의 평균 수준도 안 되는 판에 '런던 도서전'에 참가한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출판 실적도 없는 '국제아동교육도서전'의 개최, 인천과 무관한 제3세계 '문학포럼' 개최, 아태출판협회 사무국 설치 등도 뜬구름처럼 보인다.
▶'책'에 관련해 인천은 생색을 낼 것이 거의 없는 도시이다. 이 참에 현실을 인식하고 숙제가 무언지를 깨닫는다면 족하다. 하루아침에세울 수 없는 '책의 수도'를 운위하기보다는 책을 잘 만들고, 열심히 읽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소박한 '책의 도시'를 지향해야겠다.
/주필
2014년 04월 0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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