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교과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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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4. 7)
조우성의 미추홀 -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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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이름난 이데올로그들은 자기 복제에 집착했다. 권력의 정점에 있기는 해도 '화무십일홍'의 섭리를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이고, 최악의 경우 한순간에 자신의 정치적 꿈이 물거품으로 변할 것에 대비해 자신을 이어줄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 대상은 주로 청소년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군국주의자들도 그랬다. 일본어 교과서 학습은 필수였고, '내선일체론'를 주입시키는가 하면, '황국 신민의 서사'를 줄줄 외우게 했다. 더불어 일본 왕이 산다는 동쪽을 향해 소위 '궁성 요배'를 강요했다. 그들은 그 같은 강압적 장치를 통해 조선의 청소년들을 '황국의 신민'으로 만들려 했다.
▶나치도 마찬가지였다. 나치는 1933년 말 10세에서 13세에 이르는 어린이 47%, 14세에서 18세에 이르는 청소년 38%를 각각 '히틀러 청소년단'에 가입시켰다. 히틀러 평생의 꿈이었던 '민족 공동체 유토피아' 건설에 그들이 전위대로 나서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러시아도 대동소이했다. 러일전쟁 당시 그 전초전이었던 '제물포 해전'에서 패한 수병들을 '영웅'으로 포장해 애국심을 고취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러시아는 청소년을 미래의 챠르 지지 세력으로 키우기 위해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바략의 노래'를 수록해 부르게 했다.
▶현재까지도 이 노래는 러시아 국민 사이에 가장 많이 불리고 있다고 한다. 100년이 넘도록 러시아는 '제물포 해전'에 대한 노래, 영화, 다큐멘터리 제작, 박물관, 동상, 동명(同名) 군함 건조 등을 줄곧 해 왔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둔 '기억 방식'의 수단은 역시 교과서였다.
▶21세기에 느닷없이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는 아베 일본 총리도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중·고교생 대상 역사 왜곡을 초등학교에까지 확대하는 간책을 택했다. 어린 영혼들을 병들게 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일본 열도의 광기가 섬뜩하다.
▶나치의 독일, 챠르의 러시아, 아베의 일본이 다 정치적 DNA를 청소년에 이식시키려고 교과서를 이용했던 것은 온당치못한 일이다.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국내 좌우 논란도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주필
2014년 04월 0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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