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배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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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4.11)
조우성의 미추홀 -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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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가 언어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가 종종 있다. 국민들은 오랫동안 '짜장면'이라는 정겨운 단어를 써 왔지만, 한글학회는 '자장면'을 고집했었다. 거센소리가 언중(言衆)은 물론 사회적 심성(心性)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에 예사소리 '자장면'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유사한 단어에 '배지'가 있다. 중·고교 시절 학교 정문에 완장을 차고 서 있던 기율부의 위세는 어느 학교에서나 대단했다. 교문에 들어설 때면 그 막강 '권력'을 향해 큰소리로 구호와 함께 경례를 붙여야 했고, 머리·모자·교복·명찰·'배지' 등을 검사 당했다.
▶폴란드 군복을 모방했다는 남학생 교복의짧은 목 칼라 좌우에는 '배지'와 학년 마크를 각각 달았다. 납땜을 한 게 떨어진 줄도 모른 채 등교하다가 '엎드려뻗쳐'를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작은 학교 상징물을 '배지'라고는 안 했다. 모두를 '뺏지'라 했다.
▶'배지'는 생각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인천시내 학교의 '배지'는 대부분 한글이나 한자·영문 교명에 디자인을 베푼 것인데, 학생들에게는 소속감·정체성·자긍심 등을 부여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그 같은 사정은 군대는 물론 어른들의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88년 인천일보가 창간했을 때도 회사 '배지'를 제작했었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패용하고 있는 '배지'는 1993년에 만든 것인데 바꾼다고 한다. 배지 속 도안이 '혹(或)' 자로 읽힐 수 있고, 뜻이 '혹(惑)'에까지 미쳐 신망을 받지 못하는 국회 이미지를 연상시킬까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뜻이 깊은 '국(國)'자이다. 그 테두리는 사방의 국경선을 말하고, 안의 '혹(或)' 자는 인구[口]와 창[戈]과 땅[一]을 합친 것으로, 국경에서 혹시나 적이 침입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창을 들고 국민과 국토를 지키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설문해자는 또 '혹(或)'자의 이체자가 '역(域)'자이고, '국(國)'과 '혹(或)'과 '역(域)'이 본래 한 글자였음을 말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냥 산뜻한 것만은 아니었단 느낌이다. 새 '배지'를 가슴에 달게 된 의원들이 심기일전,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주필
2014년 04월 1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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