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독서일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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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4.14)
조우성의 미추홀 - 독서일기
( 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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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본(文庫本) 전성시대가 있었다. 비록 책의 장정, 크기, 두께는 일반 단행본인 '국판(菊版)'과는 달랐지만, 역할은 대단했다. 값싸고,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작게 만들어 큰 인기를 모았는데, 원조는 아무래도 1927년에 출간된 일본 '이와나미(岩波) 문고'로 보인다.
▶'이와나미' 서점이 '신훈(新訓) 만엽집'으로 총서 발간을 시작할 때 "독일의 '레클람 문고'를 본받고, 고전적 가치를 가진 책을 간행한다"고 밝힌 걸 보면, 문고본은 독일과 일본을 거쳐 1958년 우리나라에서 신양(新陽)문고를 필두로 백화제방의 화려한 지적 잔치를 벌인 셈이다.
▶양문, 박영, 을유. 정음. 신구, 춘추, 삼중당, 범우문고 등을 통해 필자가 처음 대한 것은 러셀, 쇼펜하우어, 사르뜨르 등이었다. 무슨 되지도 않는 철학공부를 얼치기로 하자는 게 아니었다. 교양 삼아 하나둘 읽었던 것인데, 그 가운데 가장 와 닿았던 책은 역시 쇼펜하우어였다.
▶뭔지도 모를 관념적 수사와 그 미로 속을 헤매다 보면 슬그머니 따듯한 손을 내밀어 주는 듯했던 그가 오랜 친구나 스승 같았다. 그의 '인생론'은 구체적 사안을 들어가며 생의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시각으로 전율을 느끼게 했고, 특유의 독설도 경쾌하게 심금을 울렸다.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열등한 인간들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무엇인가에 공감하는 것을 느끼고, 서로에게 접근하려고 노력하며 마침내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급히 맞아들이는 데 급급하다. 이는 참 희한한 일이다."는 요지의 말도 기억난다. 선거철에 떠오르는 대목이다.
▶쇼펜하우어에는 안 나오지만, 그간 보아온 것처럼 그들의 다음 단계는 명분을 만들어 작당하는 것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사람을 끌어 모으고, 깃발을 만들어 소기의 욕망을 채운다. 그때 '권력'에 기생하는 건 필수다. 안면몰수는 기본이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지난 여름, 무슨 짓을 했는가?" 사람들은 '호러 영화'의 주인공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기억까지 지우려는코미디를 도처에서 벌인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부나비들의 곡예비행이 유난스러운 요즘이다.
/주필
2014년 04월 1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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