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나치 상징(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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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3.21)
나치 상징 -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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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짜장면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맨들이 헬멧 대신 군용 화이버를 쓰고 다닌 적이 있다. 굳이 그걸 쓰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해서라고 한다. 어떤 경로로 수입됐는지는 모르나 당사자들은 그 화이버가 나치 군대 것과 똑같다는 사실은 몰랐으리라.
▶그런 예가 또 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함들이 저마다 꽁무니에 달고 다니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는 소위 '욱일기(旭日旗)'가 그것이다. 그 깃발의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 빨간 방사형 햇살무늬를 무슨 새 디자인 양 여기저기에서 사용했던 일이 있다.
▶8·15광복 직후 북한 남성들이 당에서 배급을 받아 쓰고 다녔던 세칭 '개똥모자'란 것이 있다. 간편해 즐겨 쓴다면 그만이지만, 모자의 이름을 알고 나서는 쓰고 다니기가 어색한 이념의 모자이다. 레닌이 민중 앞에 쓰고 나온 후 '레닌' 모(帽)라고 명명된 역사적 유물이 그 모자다.
▶한때 슈바이처 박사를 숭배해 박사가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썼던 갈색의 '피스 헬멧'을 유행처럼 쓰고 다녔던 적도 있는데, 그와 비슷하나 진초록색의 것은 '호치민 헬맷'이라 불린다. 야자수 뇌진탕이나 피부암 위험이 없는 국내서 '호치민'을 즐겨 썼던 노시인도 있었다.
▶금주 화요일 오후, 모 종편의 '뉴스 1' 프로에 나온 여자 아나운서 가슴에 섬뜩한 상징이 달려 있었다. 누가 보아도 나치 독일의 '하겐 크로츠' 문양의 하나였다. 바탕 도안에 보석을 박아놓았을 뿐이지, 1938년부터 사용했다는 나치 최고사령관 기 도안 일부와 유사했다.
▶물론 앞서 말한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 맨들처럼 그 도안이 인간 도살자들이 내세운 상징인지는 알지 못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 가운데 그 방송에서 분장 업무를 맡아보고 있는 이들의 평균적 소양까지 의심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상징체계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회사원은 자사 배지를 달아 자신의 소속, 직종, 위상 등을 밝히며 산다. 넥타이, 스카프, 반지, 복색 등도 마찬가지다. 자칫 방심해 본의 아니게 군국 일본이나 나치 독일 등의 선전수(宣傳手)가 돼서는 곤란하다.
/주필
2014년 03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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