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염전노예(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4. 2.14)
조우성의 미추홀 - 염전노예
( 1134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우리나라 소금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곳은 인천이다. 1907년 주안염전에서 천일염 시험 생산에 성공하자 남동, 소래, 군자까지 염전을 넓혀나가 한때는 국내 최대 산지로 이름을 날렸다. 1960년대 초만 해도 제물포역에서 주안역에 이르는 철길 오른쪽엔 염전이 줄지어 있었다.
▶인천산(産) 천일염이 자취를 감춘 것은 경제개발5개년계획 이후였다. 염전을 뒤엎어 공업단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안공단, 남동공단 등은 그때 생긴 수출 전진기지였다. 천일염 최대 산지로 전남 신안군이 부상하고 그곳에 소금박물관이 생긴 것은 그 뒤의 일이다.
▶그게 다 사회적 발전과정이겠거니 했지만, 신안군이 우리나라 천일염의 탄생지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는 점은 정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신안에서 '염전 노예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설치한 나라가 맞는가 싶었다.
▶일본 신문들은 이런 유의 사건을 기다렸다는 듯 보나마나 열심히 보도했겠고, 통신사들도 앞 다투어 세계 각국에 타전했으리라 생각하니 얼굴이 뜨거워진다. 한 노동자가 방송에 나와 그곳이 외국영화 '뿌리'에 나오는 흑인노예 생활과 거의 같았다고 해 충격을 주었다.
▶"항시 감시자가 붙어 있었고, 개도 안 먹을 음식을 먹였으며, 임금은 받은 일이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염전 탈출 사건의 주인공이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하기를 꺼려했다는 것과 지난 2004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신안군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 사건이 단순히 '인권에 대한 섬 지역의 희박한 인식 문제'인지, 서해안 도서지역에 산재했을지도 모르는 토착적 범죄행위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조기배의 노예 노동과 최근 인천에서 발각된 '성노예 사건' 같은 일이 일상화한 현실에는 경종을 울리지 않을 수 없다.
▶"신안군 소금은 피 같은 소금이에요" 전 염전 노동자의 이같은 절규를 허투루 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신안군 전체에 오명을 뒤집어씌워서도 안 된다. 국가인권위, 전남도청, 신안군, 경찰 등 유관 기관들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마련돼야겠다.
/주필
2014년 02월 14일 (금)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