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빅토르 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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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2.19)
빅토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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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육계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과 의리를 내세운 위장된 질서 속에서 스포츠 정신을 운위해 왔지만, 치맛바람이 일기 전에도 선수 팔기, 입학 비리, 승부 조작, 학연·파벌, 구타 행위 등 구체적인 예를 들기에 숨이 벅찰 지경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축구계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허정무씨가 인천유나이티드FC 감독에 부임하면서 축구계에는 어떤 파벌과 승부 조작이 없다고 시민들 앞에서 강변했지만, 그 말이 허언이었음은 금세 드러났었다. 선수들이 돈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해 축구계는 얼굴을 감싸 쥐어야 했었다.
▶내로라하는 이력을 지닌 고교와 대학교의 야구 감독들이 입학 비리에 줄줄이 연루돼 영어의 몸이 되는 일도 되풀이되고 있는 한국형 고질병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말고도 제2의 '빅토르 안'을 탄생시킬 분야가 더 있으리라는 개연성을 지닌 게 우리 현실이다.
▶국가대표 선수가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망명'하듯 제 나라를 등지고 러시아를 조국으로 택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경기 성격에 따른 갈등 표출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타국의 예가 없는 걸 보면 설득력이 없다. 어른 싸움에 젊은 선수들만 깊은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그 같은 '비정상'이 비단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은 국가적 난제이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최상의 복지를 누리는 뻔뻔한 공기업, 미친 척 '권력'이란 떡 가게에 엎어져 고물을 먹는 문화예술계만 비정상인 게 아니다. 사회가 정상작동을 멈춘 상태다.
▶공정한 게임은 기대할 수 없는 '단합사회'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노동, 문화예술 등 사회 전반에 불공정이 판을 친다. 그에는 잘난 학연, 못난 지연, 퇴영적 혈연이 뒤섞여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한 대한민국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비정상의 정상화'란 화두를 꺼냈고, 이번엔 '빅토르 안' 사건을 직접 거론했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 없이 그 같은 문제 제기에 많은 이가 공감했으리라 본다. 사회가 스스로 '민낯'을 보며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주필
2014년 02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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