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1억 옥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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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2.28)
조우성의 미추홀 - '1억 옥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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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참상은 히틀러 혼자 저지른 만행이 아니었다. 다락방에 숨어 지내던 소녀 '안네'까지 밀고하면서 '하일 히틀러'를 부르짖었던 게 독일 국민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히틀러의 동조자나 공범자였고, 인종적 모멸 속에 600여 만명의 유태인은 처참히 죽어갔던 것이다.
▶열대여섯밖에 안 된 소년들에게 전사하면 '야스쿠니'에 가서 신(神)이 된다고 꼬드겨 '가미가제(神風)' 특공대로 내몬 것 역시 '히로히토'나 '도조 히데키'만의 짓이 아니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쳐대며 의심의 여지없이 군국주의에 충성을 다했던 것이 일본의 신민이었다.
▶태평양전쟁 패색이 짙어지자 그들은 또 단발마적으로 소위 '일억옥쇄(一億玉碎)'에 동조했었다. 전대미문의 끔찍한 구호 속에는 조선과 대만의 인구까지 포함돼 있었다. 1940년 일본의 인구가 7천3백7만5천71명에 불과했으니 수천만명의 죽음을 식민지에서 채우려 했던 것이 자명하다.
▶천인공노할 '죽음의 식민화(植民化)'는 전후 야스쿠니 신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조선인 전사자'를 강제로 '합사'한 게 그것인데, 그 뻔뻔한 불합리를 알면서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국민은 손뼉을 두드리며 '죄 없는 죽음들'을 찬미하고 있는 중이다.
▶'야스쿠니'에의 경도는 '1억옥쇄'를 부르짖다가 아무도 죽지 않은 데 대한 죄의식의 발로인지 모른다. 하지만 철천지원수여야 할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이 부임해 떠날 때까지 2천여 일간 받았던 최고 권력자로서의 존경과 환대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인 것이다.
▶일왕보다 위에 군림했던 맥아더를 일본인들은 흔히 '마 원수'라 불렀다. "니미츠와 맥아더는 지옥에 떨어져라"는 저주의 노래를 불렀던 그들이 새로운 지배자에게 공순(恭順)의 뜻을 표했고, 일부는 '마츠카사 원수(松笠元帥)'의 카리스마에 심취해 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의 역사적 표변은 '국화와 칼'로서는 해석하기 어렵다. 말도 안 되는 역사왜곡을 통해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보다는 지배 권력에 순종해 온 일본 국민의 자성적 반성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주필
2014년 02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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