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모나미 볼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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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1.27)
조우성의 미추홀 - 모나미 볼펜
( 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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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엔 그렇지 않지만, 한때는 공식적인 서류나 편지를 볼펜으로 쓰는 것을 금기시한 적이 있다. 프린터로 출력해 싸인만 한 A4 편지를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이들도 있었다. 30여 년 전만 해도 글은 만년필이나 펜으로 쓰는 것을 규범으로 알았다.
▶그에 비하면 볼펜은 실용성이 극대화된 신식 필기구이다. 1888년 미국인 존 라우드가 세상에 선을 보였지만, 그때는 잉크 누출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제품이었다고 한다. 그 후 헝가리 출신의 언론인 라슬로 비로가 1943년에 근대적인 형태의 볼펜을 탄생시켰다.
▶그는 펜 끝의 볼을 회전시켜서 유성 잉크가 나오도록 해 특허를 얻었는데, 1944년 샤프펜슬로 유명한 에버샤프 사가 이를 사들여 양산화했다. 볼펜은 나오자마자 큰 인기가 누렸다. 미국의 디자인 평론가 V. 파파네크는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이란 책에서 당시 에피소드를 이렇데 전한다.
▶"2차세계대전 직후 뉴욕타임스 지가 볼펜 1자루에 25달러씩 판매한다는 김벨 백화점의 첫 전면광고를 냈다. 월요일 아침, 헤럴드 스퀘어는 개점을 기다리는 군중으로 가득차 이를 정리하느라 경찰까지 출동됐고,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던 자리도 5달러에서 10달러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백화점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다음날 볼펜을 한 사람당 한 자루씩 팔았는데 금세 값이 50달러에서 60달러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같은 현상에 대해 저자는 "볼펜은 전후의 신제품으로 그것을 구입하는 것이 곧 새 시대를 손에 넣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적인 정체성'을 띤 '디자인 명품'에 올랐던 '모나미 153' 볼펜이 판매 50주년을 기념해 2만원짜리 한정판 제품 1만 자루를 내놓았는데, 하루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이다. 원 디자인에 몸체만 금속으로 바꿨는데, 벌써 수십 배가 올랐다니 역시 연구 대상이 되는 현상이라 본다.
▶볼펜을 손으로 빙빙 돌려가며 청춘을 구가하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일까? 카톡 문자를 전광석화로 날리는 번개 세상에 '모나미'의 선전이 새롭다. 화가 이일 씨가 '볼펜화'로써 필기구인 볼펜의 쓰임새를 확장하고 있는 것도 이채로운 모색이다.
/주필
2014년 01월 2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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