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시(詩)팔기'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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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4. 2. 5)
조우성의 미추홀 - '시(詩)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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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소설 연재를 그만 두었다. '임꺽정', '자유부인', '자고 가는 저 구름아' 등이 지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설 같은 연재물이었다면, 50대 이하 세대에게는 소설가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등이 그에 버금갈 듯싶다.
▶그 후에도 이런저런 작가들이 소설을 연재해 왔지만, 사실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 매회 서사적 긴장을 감칠 맛 나게 끌고 갈 만한 역량이 부족했거나, 독자들이 굳이 아침시간에 신문 소설을 읽는 '저속시대'가 아니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다고 보인다.
▶그래서인지 '연재소설이 없어졌다'는 것 자체가 문화나 뉴스로 되지 않았다. 연재소설이든, 단행본 소설이든 그렇게 소설이 시들해진 반면 '재밌는 읽을거리 밥상'은 갈수록 '만한전석'에 비견할 수준이 됐는데, 유독 한식상에 차려진 것은 호명만 난 찬이었다는 생각이다.
▶소설이 풀이 죽자 그 자리를 한때 사실의 기록인 논픽션이 채워지는 현상이 벌어졌다가 그도 약세를 보이면서 볼거리가 더욱 강세를 보여 현대가 '비주얼 시대'임을 절감케 했다. 웬만한 국산영화에 1천만명이 모이고, '미드'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국민독서율은 OECD 국가중 바닥이었다.
▶그처럼 책을 읽지 않는데, 소설만 읽으란 법이 없다. 신문이 소설 연재를 포기한 데는 그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 대신 신문들이 해설을 곁들인 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소설을 포기한 데 따른 일종의 보상행위인지 모르나 이는 시의 향수(享受) 실태를 왜곡한 것이다.
▶시집 초판 1천권 팔기가 별따기 같은 비시적인 현실에서 신문들만 매일 지면을 시에 할애하는 것은 현실이나 독자의 욕구와는 거리가 먼 편집일 수밖에 없다. 마치 신문학 초창기의 계몽적 신문들처럼 '시의 시대'를 외치며 북 치고 장구 치는 꼴이다.
▶문학적 환경이 우리와 다른 일본에서는 아직 신문이 소설과 시를 다 싣는다. 그러나 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독자와 어린이 작품을 주로 게재한다. 허명(虛名)에 의탁하지 않고 독자와 교감하며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
/주필
2014년 02월 0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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