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예속적 타성(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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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12.13)
조우성의 미추홀 - 예속적 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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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나라는 제후에게 봉지(封地)를 내렸다. 방국에 봉지를 내려 나라를 이룬다는 뜻으로 '봉방건국(封邦建國)'이라 했고, 그를 축약해 '봉건(封建)'이라 했다. 군주-영주-가신-백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고리 사이에는 충성이 요구됐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가 존재했다. 그 같은 제도를 시행한 적이 없음에도 우리가 전통 시대를 흔히 봉건 시대라고 일컫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영주가 존재한 적도 없고, 지방의 권력자가 독자적인 생산 수단을 관리 통제하거나 지역 연대를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봉건 시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는 강력한 왕권 시대만이 있었다. 그것이 훗날 중앙집권적 체제로 전이됐던 일은 역사의 추세였던 것으로 보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삶의 조건을 좌지우지하는 모든 결정이 소위 '중앙'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발전소 증설, 신항 준설, 내항 개발 등 지역사회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각종 현안이 지역 민심과는 상관 없이 일방적으로 귀착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말은 '지방 분권 시대'라지만 아직도 중앙집권적 체제에 머물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하겠다.
▶어찌 보면 그것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심리적 체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지역에서는 그 타성에 길들여져 폐해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상당수 무대에도 주인공은 대부분 서울사람으로 채워진다. '중앙'에서 공급받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지역발전을 운위한다.
▶무엇이 지역의 정치, 지역의 경제, 지역의 문화, 지역의 예술인가? 말할 것도 없이 지역민이 주역으로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이 과정 일체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의 리더 대부분은 자신을 제외한 채 '지역의 수준 미달'을 운운하면서 예속을 자초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부산 지역의 분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중앙'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은 적어도 인천의 각계가 보이는 예속적 현상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인천이 '서울 것'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부산'은 '부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주필
2013년 12월 1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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