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철도단상(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12.20)
조우성의 미추홀 - 철도단상
( 1112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미국 최고 갑부요,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자선가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그 흉내도 못 낸다. 뭉턱뭉턱 통 크게 돈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갖는 지대한 관심은 자선 내용보다 그가 '무엇에 투자하는가'라고 한다.
▶작년에 버핏이 일반은 예상하지 못한 또다른 투자를 했다. 세상이 한 물 갔다고 보아온 미국의 각종 철도주를 사들였던 것이다. 얼마 안 가 그의 투자가 역시 귀재다운 혜안에 의한 것이었음이 알려졌다. '철도 예찬론'에 가까운 화두까지도 등장했다. "21세기는 철도 전성시대이다."
▶현재 시판 중인 책의 제목이 그랬다. 그 책의 부제(副題)는 한 술 더 떠 "철도가 그린코리아의 희망이다"고까지 선언하고 있었다. 과연 맞는 말일까? 의문을 품는 것은 자유지만, 버핏의 '베팅'-요새 이 말 쓰기가 조심스럽다-을 무시할 만한 반론을 찾기도 어려운 것 같다.
▶철도가 인간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자전거에 필적할 친환경적 대중 교통기관이라는 데 동의하고, 고유가 시대에 저마다 자동차를 끌고 나와 별 가책 없이 기름을 펑펑 때느니,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현상을 막는 지름길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철도 인상은 그리 밝지 못하다. 어디서 배워온 것인지는 몰라도, 만년 적자를 극복한다며 '민자 역사'란 이름으로 역이란 역은 죄다 민간에 팔아넘기고, 승객을 헌신짝 취급해 온 것이 한두 해가 아니다. 안전을 지켜주던 플랫폼의 역무원들도 자취를 감췄다.
▶이와는 달리 철도의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대도시든 시골 간이역이든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열차에 오를 때까지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한 구조나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을 무시한 복잡한 시스템 등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우리나라 철도의 시발지요, 광복 후 입때껏 코레일의 적자를 유일하게 보존해 온 경인선 승객에 대한 예우는 더더욱 말이 아니다. 국민이 코레일과 철도 종사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역 구내에 들어가 열차를 타게 해 준다면 더없이 고맙겠다.
/주필
2013년 12월 20일 (금)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