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이런 우화 (寓話)(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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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12.23)
조우성의 미추홀 - 이런 우화 (寓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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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마을이 위태롭다고 느꼈다. 마을 풍경은 그 옛날의 서부활극 같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그야말로 화려한데 게리쿠퍼, 리처드위드마크, 캬크더글러스 그 누구라도 불러들여 거침 없이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 총잡이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
▶하지만 어른들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꾸짖기를 그만두고, 혈기방장한 젊은이들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애늙은이로 돼 말을 삼가며 눈치까지 밝아 구름같은 평화만 외치고 있으니 이제껏 어쭙잖은 좌도, 무기력한 우도 아닌 입장인 주민들만 추방자같은 신세인 꼴이다.
▶어떤 종류든 쌍권총을 허리에 찬 이들이 천하제일의 권력이라도 얻은 듯 으스대며 백주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도 가관이지만,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그 총잡이들의 결투-대개 빈총으로 싸우는 척 하는 연극이다-를 기다리는 저잣거리의 풍경도 을씨년스럽기는 같다.
/문제는 마을을 지키겠다고 주민 앞에 서약한 보안관들조차 진작부터 '쌍권총'들의 재빠른 속사 솜씨가 무서워 슬그머니 보안관 '배지'를 가슴에서 떼버렸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보안관인 척 정말 쏘지도 않을 총을 차고 보안관 행세를 하고 있으니 치안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보안관과 보안관 보들은 진짜 큰 도둑은 끝내 해코지를 당할 것이 두려워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못하고, 총 한 자루도 없이 빈집털이나 하는 만만한 잡범들만을 잡아들이고 있다. 그들이 거리에 내붙인 '현상 수배자' 포스터는 대개 안 잡아도 그만인 외지 범죄자의 것이다.
▶치안이 심각하다. '쌍권총'들이 환호작약하면서 작당해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으니 사태가 위증하다.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은 아니더라도 어느 날 저 서부시대의 의인 '셰인'이라도 이 마을을 찾아준다면 천행이 아닐까 싶지만 그 역시 백일몽일 듯싶다.
▶하지만 마을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마을의 주인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구름 같은 관념의 평화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의 평화를 얻자면 함께 싸워야 한다. 주인이 아니면서 우리의 주인노릇을 하는 이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주필
2013년 12월 2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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