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국가적 체모 차려야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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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3.12.25)
조우성의 미추홀 - 국가적 체모 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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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이란 영화가 있었다. 오래돼 그 영화를 보았는지, 아닌지도 사실 기억이 희미하다. 아직 고희도 안 된 연배인데 스스로도 갑갑하다. 느닷없이 이 영화 제목을 떠올린 건 정부가 6·25전쟁 때 사망한 중공군 유해 425구를 중국으로 송환한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적군묘지'가 있었다는 데 대해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인도적 자부를 느끼는 동시에 수십 년간 묘지도 없이 쓸쓸히 흩어져 누워 있을 국군 용사들을 생각하면 '우리 민족끼리'는 '아직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을 되씹게 된다.
▶'적군'이 적군(赤軍)이자 적군(敵軍)임에도, "교전 중 사망한 적군의 유해를존중하고 묘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제네바협약을 준수해 우리 정부는 전후 전국에 산재한 북한군과 중공군 등의 유해를 모아 '적군묘지'를 조성했지만, 북한에 '적군묘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이념 갈등에 따른 전쟁의 당사자였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 인류의 통념이라는 면에서 송환은 문자처럼 '적과의 동침'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제물포해전' 때 인천에 묻힌 두 명의 러시아 전사자 유해도 송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제물포해전'의 역사적 의미를 짚을 때, 시가 추진하고 있다는 '발랴그호 전사자를 추모할 수 있는 러시아 정교회의 사원 건립'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사안으로서 목하 인천에서 불고 있는 '러시아 열풍' 치고는 너무 멀리 나간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04년 당시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다가 방약무도하게 남의 나라 내해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러일전쟁'의 전초전으로 벌인 전쟁이 '제물포해전'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발랴그 호는 평화와 우호가 아니라 제국주의와 전쟁의 상징"이라는 인하대 사학과 이영호 교수의 말이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늘 그를 추앙하는 러시아 집권 세력에 전쟁의 피해자인 우리가 맞장구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유불급. 적군의 유해를 서로 송환해주는 것이 국제적 환경이긴 하지만, 한 세기 전처럼 업신여김을 받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국가적 체모는 차려야 한다.
/주필
2013년 12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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