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그 왕에 그 수상(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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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 그 왕에 그 수상 ( 1116 )
나이 80을 '산수(傘壽)'라고 일컫는다. 그로부터 8년을 더 살면 '미수(米壽)'라고 하는데, 오늘날 생물학적 기록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가 된다. 예로부터 70을 '고래희(古來稀)'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주거환경 개선과 의학발달이 수명연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
▶이 과정을 공자는 인간이 내적으로 성장해 가는 긴 여로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래서 15에 학문에 뜻을 둬 지학(志學)이라 했고, 30에 비로소 자립하게 돼 이립(而立), 40에야 겨우 사물의 이치에 대해 의혹을 갖지 않게 됐다는 뜻에서 불혹(不惑) 혹은 혹년(惑年)이라 했다.
▶그 다음부터는 듣기에 귀신같은 나이다. 50에 하늘의 뜻이 무언지를 알게 돼 지천명(知天命)이요, 60에 모든 사리에 다 잘 통하게 돼 이순(耳順), 70이 되고부터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무엇 하나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해 종심(從心)이라고 두루 일컫게 됐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이다. 세상의 풍경은 영 딴판이다. 50에 천명을 알기는커녕 세속의 영화를 놓칠세라 권력에 교언영색하는 이들이 저잣거리를 횡행하고, 세상만사의 이치에 통달해 듣는 대로 이해한다는 60에도 두 귀가 없는 부류들도 왕왕 보게 된다.
▶내년이면 이순이 되는 일본의 수상이란 이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황당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수많은 아시아인에게 피눈물을 쏟게 하고서 그것이 침략인지 아닌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괴변이다.
▶그것이 '이순'의 망언이었다면, 지난주 '산수(傘壽)'가 된 일본 왕 아키히토(明仁)의 언사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범인 선왕 탓이었음에도 그는 초점을 잃고, "전쟁 중 약 310만명의 일본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게 참으로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회견에서 애석해 했다.
▶나이 80이 된 왕이란 이의 시야가 어찌 그리 좁은가? '천황제'와 '군국주의'가 합작해 저지른 천인공노할 죄악에 대해선 추호의 반성도 없이 오직 제 국민의 죽음만이 안타깝다니 말이다. '그 왕에 그 수상'을 보면, 일본이 선진국으로 되기는 요원한 것 같다.
/주필
2013년 12월 3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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